1. 내 자식을 위하여

“이사장님은 여자분으로 어떻게 이런 힘들고 어려운 복지원을 운영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하네요.” 하고
술을 못 마시는지 얼굴이 빨개진 제일 젊게 보이는 하늘이 어머니가 나이가 지긋한 이사장에게 인사말인지 아니면 체면치레인지 모르지만, 말을 꺼낸다.
그러자
“하늘이 어머니는 하늘이가 여기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잘 모르시나 보네.
이사장님도 가슴에 멍이 가득 든 분으로 한이 서려 있는 사람인데” 하며 나이가 지긋한 꽃님이 어머니가 말을 꺼낸다.
남풍이 훈훈하게 불어오는 4월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에 테이블을 중심으로 여자들 여덟 사람이 둘러앉아 있다.
이사장이란 사람은 70대 중반이 넘어 보였으며 두 사람은 70대 전후에 가까운 사람이고 나머지 다섯 사람은 50대 중‧후반쯤 되어 보였다.
오늘 이 모임은 해마다 봄이 되면 청송원 주간 보호센터에서 시설 이용자들의 보호자들에게 시설 운영에 대한 보고회를 하고 보고회가 끝난 다음 보호자와 이용자들에게 저녁 만찬을 베풀어 주는 행사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새로 온 센터장의 생각인지 아니면 이사장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만찬이 끝난 후 주간 보호센터 센터장이 이사장의 배려라고 하면서 시간이 있는 보호자들과 다시 간담회 자리를 만든 것이다.
원래 청송원 주간 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열다섯 사람이나 센터 차를 이용하는 사람과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먼저 가고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다른 친·인척이나 장애인 활동보조사들이 자녀를 데리고 간 사람들로 자녀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모인 것이다.
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평소 청송원의 이사장이 사용하는 직무실로 직무실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간단한 다과와 음료 및 맥주와 소주가 놓여 있다.
하늘이와 꽃님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사장은 자기의 한이 서리는지 자기 앞에 놓여 있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다.
그러자 이사장과 나이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이는 샛별이 어머니가 소주를 한잔 따라주고 자기도 한잔 마시면서
“소문은 들었지만, 여자가 이런 어려운 복지 시설을 운영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어려우시겠지만 한 말씀 들려주실 수 없을까요?” 하자
센터장이란 사람이
“이사장님, 어머니들이 궁금해 하시는데 한마디 들려주시지요.
그리고 오늘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인 만큼 어머니들도 앞에 있는 음료나 다과를 들면서 그동안 가슴에 서린 한을 풀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을 것 같네요.” 하자 모두 다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그러자 센터장은 다시
“가슴에 서린 한을 밖으로 풀어내면 속병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먼저 이사장님이 복지원을 설립하게 된 동기부터 간단하게 들여 주시지요.” 하자 모두 손뼉을 친다.
그러자 평소 술을 좋아하는 이사장은 한숨을 내 쉬며
“오늘 어머니들이 다시 나를 취하게 만들려고 하네.” 하면서 또다시 소주를 한잔 더 마신다.
그러면서
“참 내 인생도 기구하다오.
나는 자식을 삼 남매 두었는데 첫 아이가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로 여러 가지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그다음은 딸 둘을 두었지요.
그러다 보니 애 아버지가 집안사람과 동래 사람들에게 창피하다고 고향을 떠나 이곳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우리나라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장애인을 둔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사회의 죄인이 되었지요.
그리고 장애인이 밖으로 나가면 아이들과 사람들이 놀리고 흉을 봐 밖에 나갈 수도 없는 사회였답니다.” 하며 한숨을 짓자
샛별이 어머니가
“그려요.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장애인은 그만두고 딸만 낳고 아들이 없으면 집안 어른들에게 죄인이 된 것 같이 기를 펴지 못했고 밖에서도 아들이 없다고 뒤통수에 대고 손가락 질을 하며 수군대던 것이 우리나라였지요.” 하며 장단을 맞춘다.
“이곳에는 친척도 없고 아는 사람이 없었으며, 고향에서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가지고 온 돈으로 시내 주변에 농사나 지으며 조용히 숨어서 살자고 밭이 있는 야산의 구릉지를 하나 산 것이 지금 청송원이 있는 이곳이랍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크면서 고통은 끝이 없었다오.” 하며 한숨을 내쉬고 조금 숨을 고른 다음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타관에 와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아들의 학교 문제였지요.
그때는 우리 지방에 특수학교가 생기기 전이라 일반 초등학교에 열 살이 넘어 느지감치 제 동생과 같이 초등학교에 보내 봤지만 같이 다니는 여동생이 창피하다며 같이 가지 않겠다고 하고 담임선생님에게도 미안하여 보름 정도 다니다 그만두게 되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내 큰아들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사람이 되었으며 매일 집안에만 있는 사람이 되었지요.”
“이사장님의 그때 심정을 이해할 것 같네요.
제 딸도 13살이 될 때까지 학교를 보내지 못했으니까요.” 하면서 꽃님이 어머니가 거든다.
“이런 세월 속에 아이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가는데 아들의 장래를 생각하니 앞길이 막막했지요.
그러다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도 경제 규모가 커지자 국가에서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장애인에 관한 법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지.
우리 부부는 나이는 점점 먹어 늙어 가는데 앞으로 우리가 죽고 나면 내 아이를 맡아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하는 고민이 나타나기 시작했답니다.
이런 고민 속에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온 가족이 열심히 성당에 나가고 있는데 어느 날 신부님이 우리 부부를 불러 놓고 아이의 장래를 위하여 복지원을 하나 운영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시면서 자기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테니 생각해 보라고 하잖아요.”
“신부님이 방법을 가르쳐 주셨군요.” 센터장이 한마디 거든다.
“그런 와중에 어느 날 지방에 있는 사립대학에서 복지학과 교수를 한다는 5촌 조카가 찾아와 6촌 동생을 위하여 지금 이곳에다 장애인 시설을 하나 만들면 사회를 위해서도 좋고 보람된 일이며 아이의 장래도 보장된다고 권하잖아.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앞으로 점점 발전하면서 복지를 강조하는 나라로 변해 갈 것이며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것이라고 침이 마르도록 권하잖아요.
그런데 어디 일이 그리 쉽게 됩니까?
더구나 관공서 돈을 이용하는데 …”
“그려요, 이렇게 큰 시설을 만드는데 과정이 얼마나 복잡했겠어요.” 하며 젊은 어머니 한 분이 거든다.
그러자 센터장과 어머니들이 돌아가며
“대단해요. 이사장님”
“결단하기도 쉽지가 않았을 텐데?”
“가족들은 모두 쉽게 찬성했던 모양이지요.” 하고 한마디씩 한다.
“아니지.
처음에는 갈등도 많았고 고민도 많이 했지요.
특히 애 아버지가 고향도 아니고 타관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일이 그리 쉽게 되겠냐며 극구 반대하다가 아이가 커가면서 내가 고민하는 것이 안쓰럽게 보였나 어느 날 ‘어디 한번 해 봅시다’라고 허락을 하잖아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모두 이사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대단하다는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다.
그러자 센터장이
“어머님들 이사장님 이야기도 좋지만, 앞에 있는 음료수와 과일도 좀 드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시죠.” 하며 다과를 권하자
이사장도 약간 목이 메인 소리로
“나도 한 잔 더 마셔야겠는데” 하며 어머니들에게 술이나 음료수를 한 잔씩 마시라고 권한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끝이 없이 흘러갔다.
이사장은 복지원을 설립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웠던 점과 시청 복지과 직원의 적극적인 자문과 신부님의 도움으로 우리 시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복지시설을 만들게 되었으며 그동안 우리 지역 각 관공서에서도 많은 격려와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해 주어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하게 되었단다.
그러나 처음에는 다양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경험 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으며, 특히 지적장애인이 특성에 따라 행동이 달리 나타나는데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어려움이 많이 있었단다.
그런가 하면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도 사람을 다뤄본 경험이 없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서로가 이해 부족으로 갈등이 많았단다.
“그럼 청송원이란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아 ~, 청송원,
그 뜻은 ‘푸른 소나무’를 뜻하는 말로 내 아들과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사계절 동안 늘 푸른 소나무같이 건강하게 살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으로 내가 지었지.”
“그럼 여기에 지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만 사는 것 같은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그것은 내 아들이 지적발달 장애아들이다 보니 그리되었다오.”
“그런데 남편 되는 분이 이사장을 맡지 않고 어찌 여자분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오늘 내 속을 다 보여주어야 할 것 같네.” 하며 허공에 시선을 두고 한숨을 내쉰다.
“사실은 청송원이 정착되기 전에 합병증을 가지고 있던 아들은 일찍 잃었고 얼마 안 있다 화병인지 남편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오.”
“어머나 ~”
“예에~” 하며 놀라는 소리가 나온다.
“남편은 어느 일요일 날 전날 행사가 있어 소란을 피우고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이 사람이 소리가 없어 늦잠을 자나보다 하고 놔두었다 10시가 다 되어도 소리가 없어 그가 자고 있는 서재에 들어가 보니 침대에서 떨어져 방바닥에 쓰러져 기절하고 있잖아..
깜짝 놀라 119를 불러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담당 의사 말이 너무 늦게 왔다고 하지 뭐야.”
“예 ~,?”하며 모두 놀라는 표정이다.
“그러다 보니 이 청송원이 나에게는 한이 맺혀 있는 곳인데 죽은 아들과 남편 생각에 성질이 나 더 멋지게 운영해 보자고 이를 악물었지 뭡니까?”
“그렇군요. 정말로 대단하네요.
그런데도 주간보호세터까지 운영하게 되었으니?”
“주간 보호센터는 딸 때문에 만들었지요.
내 팔자가 기구해서 그런지 장애인이 아들 하나만 두었으면 된 줄 알았는데 전생에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지었는지 어려움 속에 큰딸이 결혼해서 좋아했더니 첫 외손자가 뇌성 마비인 장애 아이를 낳지 않았겠어요.”
“예~?”
아직 이사장 내 가족의 아픔을 잘 모르는 하늘이 어머니가 의아해한다. 그러자 주간 보호센터의 운영위원장을 맡은 샛별이 어머니가
“주간 보호센터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이 이사장님의 외손자인 것을 몰랐구나.”
“아~,
예 저는 하늘이가 이곳에 온 지도 채 1년이 안 되었으며 평소는 활동 보조사의 지원을 받다 보니 이곳을 잘 몰랐지요.”
“듣고 보니 그렇겠네.
우리 이사장님은 몸만 여자이지 하는 일은 여자가 아니라오.”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내 아들이 장애인이라 고통 속에 살았는데 딸까지 장애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오.
딸아이가 커가면서 혹시 저희 오빠 때문에 혼기를 놓칠까 봐 근심과 걱정 속에 살았는데 지금 사위가 마음에 썩 내 기지 않았지만 저희끼리 서로 좋아서 연애하고 있다니 반대하지 못하고 혼인을 시켰지요.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결혼을 하게 되니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르는데 그의 첫아들이 뇌성마비라니 부모로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었다오.
그래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외손자를 위하여 주간 보호센터를 만들어 생활하게 한 것이지요.” 하며 숨을 고른다.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나도 우리 샛별이 때문에 저희 누나들이 늦게까지 결혼을 하지 않아 우리 부부도 얼마나 마음 조아리며 살았는지 아무도 그 속을 모르지?”
“지금은 멀쑥한 집안의 아가씨들도 혼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데 그때는 여자가 혼기를 놓치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요.
사실은 외손자보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딸의 모습이 장애인을 키워 본 어미로서는 더 애처로워 볼 수가 없어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맞겠지.” 한다.
그러자 센터장이
“우리 이사장님은 여기 있는 어머니들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계시지요.” 하며 칭찬하자
이사장은
“가만있어 봐.
나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여기 있는 어머니들 모두 돌아가면서 속에 있는 마음을 풀어놔 보지, 뭐 ~”
그러자 센터장이 나서서
“그렇게 하지요. 그럼 제가 사회를 볼 테니까 지금까지 살면서 아이로 인하여 쌓여 있든 괴로움이나 가슴 아파 든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요.
먼저 내 아이가 장애인이란 것을 언제, 어떻게 알았나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그럼,
먼저 우리 주간 보호센터에 들어온 지가 오래되었고 운영위원장을 맡고 계시는 샛별이 어머니부터 이야기해 보지요.” 하자 술기운인지 모르지만 모두 그동안 눌렸던 감정이 풀어지는지 서로 좋다며 그리하자고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며 손뼉을 친다.
장편 소설 모정의 멍에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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