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두대바리

日陵 2025. 9. 6. 15:26

 

어느 날부터 인가 아파트 계단을 내려오다 보면 뒤꿈치가 계단에 걸여 뒤뚱거리는 일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그런 나는 나 스스로 두대바리인가 하는 생각을 갖곤 한다.

 

요즘은 마누라님까지도 간혹 웃으며 당신 두대바리가 만나 봐  하며 놀리기도 한다. 아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하는 소리가 않인가?

 

늙음에서 오는 것일까? 분명 전 가치 민첩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원래 운동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남들한테 두대바리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허긴 고등학교 때인 모양이다. 어머님이 마을 냇가에서 참깨를 일어 소코리에 담아 놓아는 데 나는 그것을 옮기기 위하여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코리를 지게에 올리고 짊어지려고 하다 돌을 잘 못 집어 미끄러져 넘어뜨린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참깨를 모래밭에 쏟아 어머니는 다시 참깨를 이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한 적이 있다.

 

그 후 나는 어머니로부터 두대바리 소리를 더러 듣긴 했다. 바로 3살 아래인 동생은 이 궁박스럽게 모든 일을 잘하는데 형인 나는 매사가 어설픈지 부모님들은 내가 하는 일에 대하여 못맛당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야무진 동생에 비하여 형이면서도 하는 일이 시원 찬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팔자인지는 모르지만 동생은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일하는데 취미를 붙여 일찍 일꾼이 되었고 나는 일을 하라고 성화를 대는데도 공부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려 선생을 한 것이다.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었는데도 어머님을 가끔 며느리들한테 종종 내가 참깨 소쿠리를 모래밭에 쏫은 이야기를 하면서 두대바리라는 말을 하곤 했다. 아마 마누라님은 그것이 떠 올라 나에게 '두대바리 가치'라는 말을 사용한 것인가?

 

허긴 척추 수술을 받은 지가 3년이 지났는데 그리 열심히 척추를 관리하겠다고 했는데도 앉아서 하는 일이나 허리를 구부리고 있으면 두 시간을 버티기가 어려우니 분명 정상은 아닌 모양이다.  

 

긴 가뭄에 혼자 삽 한 자루로 200평의 참깨밭을 일구고 씨앗을 드리고 비닐을 씌우다 보니 몸도 지칠 만은 하다. 그러나 특히 할 일도 없고 가진 것은 시간뿐인 늙은이니 늙은이의 독특한 고집으로 버티어 보는데 몸이 점점 두대바리로 변하여 가는 것인지 스스로 두대바리 소리가 절로 나온다.

 

2017.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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