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두데바리와 멍청이 부부

日陵 2025. 9. 6. 15:32

 

우리 부부는 어느 날부터 두대바리와 멍청이 부부가 되었다. 서로 만난 지가 하루하루 살다 보니 어언 43년 짧고도 긴 세월이 흘렀다.

 

가난뱅이 농부의 아들과 딸이 만나 열심히 살아도 왔다. 더구나 8남매 맞이와 7남매 맞이가 만났으니 두 못난이가 같이 살아온 인생길이 부모님들의 따뜻한 사랑의 손길은 그만두고 관심밖에서 고향을 떠나 객지를 전전긍긍하며 살아온 인생들이다.

 

막내 동생들하고 나이 차이가 우리와 부모님들과의 차이보다도 더 많으니 결혼 초부터 부모님들에게 손 한번 내밀어 본 적이 없는 인생살이였다.

 

이렇게 열심히 산 덕에 늙어 가면서 자식들 눈치를 보지 않을 정도의 살림도 만들어 놓고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웃움을 살 정도는 않은 사회적 지위도 가져 보았다.

 

그런 우리들에게 어느 날인가부터 서로 두대바리와 멍청이란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부부가 된 것이다. 두대바리는 나를 나타내는 대명사가 된 것이요 멍청이는 마누라님을 나타내는 대명사가 된 것이다.

 

나이가 먹어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 특이한 재능과 기술이 없으니 조그만 땅덩어리를 가지고 놀 수밖에 더 있으랴. 원래가 뻣뻣한 몸뚱이인데 운동도 하지 않고 책상다리에만 않자 평생을 살아왔으니 몸뚱이가 굳을 대로 굳은 것이 않인가. 그래도 그런 몸뚱이를 가지고 괭이를 들고 삽을 들어 설쳐대니 어설플 수밖에 없다. 그런 나를 두고 어느 날부터 마누라님은 두대바리란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동생같이 일을 잘 못한다고 두대바리같이란 말을 들은 것도 갖은데 늙어서는 각시에게까지 듣는 꼴이 된 모양이다. 허긴 어느 날인가부터 걸어 다니는 아파트 계단에 내려올 때 종종 뒤꿈치가 계단에 결여 내가 두대바린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도 하다. 그것을 각시에게 말을 했더니 두대바리라는 용어가 서슴지 않고 입에서 나온다. 두대바리라 한다고 그리 섭섭할 것도 없다. 원래 날랜 동작을 가진 사람은 아니니까?

 

나는 그럿타손 치고 내 입에서 마누라님에게 요즘은 명칭이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이 70의 늙은이가 되었으면 70 먹은 늙은이답게 점잖게 살면 좋으련만 아직도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새벽부터 일어나 설치 댄다. 원래 새벽잠이 없는 사람이지만 5시면 일어나 무엇을 하는지 정신이 없다. 내 생각엔 깨끗이 옷이나 갈아입고 친구들이나 만나려 가던지 아니면 노래교실이나 그  많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즐긴다던지 곧 잘 치는 탁구장에 가서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으련만 고집스럽게 밭으로만 나간다. 이러니 내 입에서 명칭이 소리가 안 나 올 수가 있겠는가.

 

이와 같이 서로가 두대바리, 멍청이라고 불러 놓고 웃고 있다. 아마 서로 두대바리라는 말과 멍청이란 말을 용인하는 행동이 않인가. 금년은 유독 가물어 몇 년 전에 심어 놓은 가로수가 말라죽고 밭에다 심은 밭 곡식은 크기는커녕 살아 있는 것도 힘이 드는지 줄기가 축 처져 있으며 잎들이 시들 시들한다. 심은 것이 안쓰러운지 마누라님은 아침밥만 먹으면 밭으로 나가 흙이 잔뜩 묻은 옷으로 갈아입고 얼굴은 칭칭 감아 싼 채 밀짚모자를 뒤집어쓰고 물이 나오는 호스를 질질 끌고 다니며 온 밭은 헤맨다. 차라리 키라도 크던지, 키는 토토리 난쟁이 같이 작아 가지고 온 밭을 헤매고 다니니 그런 마누라를 보고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멍청이 같이 하늘이 말리는데 무슨 물을 주며 농사를 짓는다고 하며 야유를 보낸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이 중의 최고 멍청이를 만난 모양이다. 이 멍청이는 자기가 멍청이면 자기나 멍청이 같이 살 것이지 이웃에 사는 딸들까지 멍청이 같이 살라고 잔소리를 한다. 40이 넘은 딸들은 저이들 나름대로 열심히 멋지게 살고 있는데 우리 집 멍청이는 자기같이 안 산다고 잔소리를 한다. 허긴 두대바리인 자기 서방이나 멍청이랑 40년이 넘게 소리 없이 살았지 누가 또 그 잔소리를 들으며 살 사람이 있는지 영 깨닫지를 못한다. 

 

그러나 어쩌랴. 지금까지 같이 살아온 인생살이가 43년이니 두대바리라 하여도 좋고 멍청이라도 조으니 얼마나 우리네 인생이 남았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오늘 보다는 내일이 내일 보다는 모래가 더 두대바리가 될 것이고 더 멍청이가 되어 갈 텐데 두대바리라고 불너 주는 마누라님이 있으니 행복하고 멍청이라 불러 주는 서방님이 있으니 늙은이들의 행복이 안 일련가?

 

오늘도 서로 두대바리 멍청이라 놀여대면서  허허 웃기도 하고 화도 내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음을 과시하며 하루를 보낸다.

 

두대바리!

멍청이!

사랑스러운 우리 부부의 애칭이라

 

2017.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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