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쇠무릅

日陵 2025. 9. 6. 15:40

히말리아 남봉을 배경으

 

아침마다 2시간 가까이 매일 산책을 하다 보니 어느 날부터 내 무릎이 뻑적지근할 때가 종종 나타난다. 이제는 늙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만 아직 똑같은 나이의 친구들에 비하면 튼튼한 편이 안인가?

 

이렇게 매일 시간만 나면 걷는 나에게 종종 지난날들이 떠오르곤 한다. 아마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인 모양이다. 1960년 대 초 어쩌면 그리도 살기가 어려웠는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설래설래 움직인다. 허긴 친구들이 보리밥이 신코 감자 고구마가 지겹다는 말을 5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하니 얼마나 어려웠던 시절인가. 원래 못 사는 나라에다 6.25라는 한국동란을 3년이나 겪었으니 알 만도 하다.

 

그런 우리 집에 젊은 부모님들이 열심히 노력하여 암소 한 마리를 키웠다. 아버지는 그 소를 이용하여 우마차를 끄는 데 나는 꼴머슴으로 그 소 먹이를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3년은 족히 그 소와 같이 살은 것으로 기억된다. 아버지는 새벽 4시만 되면 우마차를 끌고 왕복 40km(100여 리)를 다니면서 각 종 곡물과 땔감이나 인삼밭에 사용하는 통대 등 다양하게 여러 가지 물건들을 실어 날라 먹고살았다.  

 

나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걸으신 아버지의 다리를 밟아 주는 것이 저녁 먹고 하는 일 중의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이니 아버지의 고달픔은 생각 못하고 다리 밟는 것이 얼마나 싫었던가? 그러나 이제 내가 나이를 먹어보니 다리를 밟으라시던 아버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오늘은 문득 그때 우리 집에서 우마차를 끌어 던 암소가 머릿속에 떠 오른다. 눈망울을 꾸벅꾸벅하면서 순하디 순하게 생긴 우리 집 암소는 지금 생각하니 복덩이 중의 복덩이였던 것이다. 새벽 4~5시면 일을 나가 저녁 9~10 시에 집에 들어오니 얼마나 골달펐을까? 그것도 우마차에 짐을 가득 실고 거의 매일 왕복 30~40km를 걸었으니. 오늘날과 같이 길이 좋은 것도 아니요 폭패인 자갈길을 고개를 넘고 산 모롱이를 돌고 또 돌면서 걸었을 소의 모습이 눈에 훤이 그려진다.

 

고개를 오를 때는 힘이 부쳐 소가 무릎을 꿇기도 했다는 아버님의 이야기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그러면 마차 바퀴에 돌을 바치고 소와 같이 마차를 끄셨다는 아버님의 이야기가 그때는 왜 벌로 들었을까?

 

내가 매일 만보이상 걷기를 시작한 지 4년이 지나다 보니 어느 날인가부터 내 장딴지에 근육이 배기고 굴 거 졌으며 어느 정도 산은 등산을 하여도 표시가 나지 않으며 몇 백개 계단쯤은 숨하나 차지 않고 뚜벅뚜벅 오르는 사람이 된 것이다. 허긴 등산할 때 계단으로 된 산을 오르면 더 심바람이 난다. 그 이유는 한 걸음 한 걸은 걸을 때마다 고도가 줄어드는 정상에 쉽게 돌달하기 때문이다. 옛날 같으면 몇 계단 못 오르고 쉬면서 걸었을 텐데 이제는 빠르지는 않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오르는 사람이 된 것이다. 아마 지난날의 우리 집에서 키웠던 암소와 같이----

 

오늘은 내 무릎에 무리가 오는지 유독 암소의 무릎이 생각난다. 그 소와 같이 매일 걸었을 아버님 생각보다 소가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무릎이 소 무릎이 안인가 하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지난해부터는 걷는데 욕심이 생겨 매일 만보기에 찍히는 걷는 걸은 숫자를 책상 위에 놓여있는 달력에 기록을 하고 연말에 계산해 보니 하루 평균 13,000 여보로 나왔었다. 그러면 늙은이가 만족을 해야지 금년은 더 욕심을 부려 1년 목표를 500만 보 이상으로 잡고 이를 실천하려니 매일 평균 14,000 보를 걸으면 되는데 욕심은 끝이 없나 1월 1일부터 내일 모래가 7월인데  걸은 것 16,500 보가 넘게 나와 있다.  이대로 가면은 600 만보가 넘는 숫자인데 욕심은 멈출 줄을 모른다. 어제도 새벽 걷기에 밭에 가서 헤맨 것이 20,000 보가 넘으니 몸에서 조금씩 쉬라는 신호가 옛 날 우리 집 소를 생각하게 하는 모양이다.

 

허긴 내 농장에 허리와 무릎 등 관절에 좋다고 하는 우슬(일명:쇠무릎)이라는 식물을 재배하고 잊지 않은가? 그 풀은 생김새도 소 무릎과 똑 같이 생겼으며 우슬 뿌리를 차로 끓여 먹으면 좋다고 해서 길거리에 있는 우슬 몇 포기를 농장에 옮겨 재배를 하게 된 것이다. 우슬 풀은 야생에 강한 풀로 일명 도둑놈 풀이라고도 한다. 가을에 사람이 지나가면 그 열매가 옷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번식력이 강한 풀이다. 아마 번식력이 강하다 보니 우리 몸에도 좋은가 보다.

 

이 우술을 차로 끓여 먹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가을에 뿌리를 깨끗이 씻은 후 말였다 배즙을 짤 때 배와같이 끓여서 봉지에 담으면 된다. 그러면 먹기도 좋고 관리하기도 좋다. 그때 다른 것들도 넣으면 더욱 좋다. 즉 굴피라는지 밤 속껍질 또는 생강이나 대추도 좋지 않은가? 이렇게 만든 배즙은 하나의 보약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든 우슬 배즙을 목이 탈 때마다 하나씩 마신 것이 내 무릎도 소 무릎같이 단단한 무릎으로 변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칠순이 넘은 나이에 겁 없는 산행을 하는 것인 모양이다. 허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15,000 보를 걷는 데도 탈이 없는 것을 보면 우슬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다.

 

정년퇴직을 하고 내가 세운 노년의 인생계획 '일 억보의 신화'를 실천하려면 더 건강하게 관리해야지. 지난날 내가 풀을 베다가 여룰을 끓여 먹었던  우리 집 구멍이 암소와 같이 튼튼한 쇠무릎을 만들어 봐야지, 생각하며 오늘 아침에도 열심히 걷는다.

 

2017. 6. 29

 

히말리아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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