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주례

日陵 2025. 8. 30. 17:54

 

 

2016. 05. 28일 생각지도 않은 주례를 보게 되었다.

원래 나는 주례를 보지 않기로 맹세한 사람이었다. 그 이유는 옛 풍습에 아들을 낳지 못하거나 딸만 가진 사람은 주례를 보지 않는 것이 예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늦둥이를 두었는 데 그 아이가 우리 부부의 가슴 아리 아이를 두었기 때문에 주례 요청이 들어오면 펄펄 뛰며 거절을 하여 제자들로부터 오해를 받은 사람이다.

그런데 8년 전 직장에서 한쌍의 커플이 나타나 하도 사정을 하고 시대가 변하여 아들 딸 의미가 쇠퇴한 시절이라 딱 한 번 서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번에는 처조카의 주례가 들어와 머리는 허여 가지고 주례를 서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도 난감하여 핑계를 찾고 잊는데 딸들도 반배하고 마누라님의 카톡방을 보니 처제도 별로라는 문구가 있어 보지 않아도 되는지 알았는데 처남댁이 부탁한다고 다시 연락이 와 거절할 수가 없었다.

퇴직 한지도 벌써 7년 차. 단상에 서서 이야기해 본 지가 6년이 넘었고 매일 농장에 가서 농작물이나 가꾸며 땀을 흘리는 농부가 과연 혀가 잘 돌아갈지 의문도 되고 얼굴이 햇볕에 탈까 봐 걱정도 되었지만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어쩌랴! 자존심이 있는 일이니 서 줘야지---

실수를 하지 않으려 단단히 마음먹고 속으로 준비를 하였으나 문제는 엉뚱한 데서 나타 낳다.

결혼식이 전주에서 오후 2시에 있는데 천안에서 아이들과 같이 내려가려니 어수선도 하였지만 모처럼 가는 처갓집 마을이니 가는 길에 요양원에 계시는 장인어른을 뵙자는 마누라님의 이야기를 거절할 수도 없고 또 나도 한 번 찾아뵙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잠깐 들여 보기로 하였다. 

침대에 누어서 생활하시는 90세의 장인은 내 손을 꼭 잡아 주시는데 정신은 맑아 보였다. 장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허무함과 고독함을 되새기며 짧은 만남으로 발길을 돌여야 했다.

지리를 잘 모르는 초행길이고 예식장 주변을 잘 몰라 예식장을 가는 동안 마누라님은 딸과 동생들한테 전화를 하는데 주차할 곳이 수시로 바뀌니 짜증을 낼 수밖에---

시간은 자꾸 흐르는 것 같은데 주례는 맞아 놓고 난감한 마음이 들다 보니 점심시간이 지나가는데 허김짐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무조건 차가 아무리 밀여도 예식장이 보이는 곳까지 가보자고 생각하고 차를 몰고 가다 보니 시내 변두리 외각에 커다란 건물이 보이며 그 주변에 교통의 혼잡이 말이 아니었다. 잽싸게 좁은 옆 도로로 차를 세우고 마누라님과 아들은 아러서 차를 대고 오라며 나는 먼저 도로를 건너 혼잡한 주차장과 사람을 헤치고 예식장에 가보니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성격이 예식장을 잘 다니지 않고 인사를 늘 마누라님에게 시키던 나는 이것이 오늘날의 한국 예식장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니 50여분이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처남과 처남댁 및 처가의 가까운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누라님이 오기를 기다리다 오지 않아 예식장 앞으로 와 보니 언제 들어왔나 자기 동생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고 있었다. 

나보고 가볍게 식사를 하려 가자고 하는데 시간은 보니 40여분 남아 있는데 사회도 만나 봐야겠고 식장도 한 번 눈에 익혀두고 혼주 되는 처남댁 내외는 식사를 않는데 혼자 먹는다는 것도 예외가 않은 것 같아 참기로 하였으나 배가 너무 고프고 허기가 지며 목이 타들어 갔으나 어디 물 먹을 곳도 없고 참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30분 전쯤 사회를 만났으나 주변이 소란하여 이야기하기가 어려워 앞 예식이 일찍 끝나리라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앞 예식이 1시간 가까이 진행되어 1시 55분까지도 앞 예식 손님들이 예식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2시가 다 되어 우리 예식 손님이 들어오는데 주례를 모시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장갑을 주나 꽃을 가져다 주나 어디로 가서 않아 있어라 안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회자도 초보인지 제대로 인사할 줄도 모르고 참 난감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다 되어 예식장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3번 씩이나 이야기하여 꽃과 장갑을 끼고 주례 자리에 앉자마자 예식이 시작되었다. 어설프지만 시간의 지남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않인가? 사회가 예식을 지겹 영 하는데 멘토가 제대로 딱딱 떨어지지 않는다. 주례 선생님을 모시다는 이야기도 없이 손으로 주례석으로 올라가라고 진행하는 아가씨가 이야기하며 주례 소개도 없이 화촉을 밝히고 신랑 입장이 시작되었는데 신랑 하는 행동 당당히 들어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오자마자 인사를 꾸벅하고 주례가 돌아서라는 이야기를 하지 전 제 맘대로 획 돌아서 버린다.

그런가 하면 신부 입장이 끝난 후 "신랑 신부 인사가 있겠습니다". 고 사회가 이야기하자 주례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 마음대로 돌아서려고 하자 나는 급히 "신랑 신부는 맞주보고 뒤로 일보씩 물러나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면서 식이 난감하게 진행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천안의 모 중학교에서 근무할 때 그 학교에 부임하여 첫 졸업식을 치르는데 교감이 알아서 잘 준비했겠지 하고 시장에 들어가 식이 시작을 하는데 애국가가 제대로 나오지 않더니 공로패 증정에 들어가서는 공로패를 준비도 하지 않고 받을 사람을 불러내는 우를 범한 경우가 있었다. 그때 나는 순간의 재치로 다른 사람의 패를 일단 증정한 다음 정중히 사과하고 증정한 경우가 있었다.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들인가? 오늘 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꼴이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당황하지 않도록 하자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허긴 나이가 70이나 먹었으니 당황할 이도 없지만 정이나 안 될 것 같으면 유모어라도 쓸 작정으로 주례를 보았는데 생각보다 실 수 없이 마무리되었다.

실랑 신부 행진이 끝나자 외손자 두 녀석이 단상으로 쫓아와 할아버지 하면서 재롱을 떨어 또 한차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뱃속에서는 허기가 지다 지다 지쳤는지 아플 지경이 되었으나 주례 사진 가족 친족 사진을 찍고 나니 또 큰 고모부라고 폐백을 받아야 한다고 폐백실에 가서 기다리다 보니 3시도 지나서 밥을 먹게 되었다. 눈은 쑥 들어가는 것 같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둘째 사위하고 섭이랑 폐백이 다 끝나기 전 식당으로 가 고기 몇 점 먹고 사위에게 소주를 한 병 가져오라 하여 마셔대니 살을 것 같았다. 섭이랑 둘이 먹고 있는데 처남댁들 즉 혼주 가족들이 어린아이와 합석하여 소주 한 잔 하고 둘째 사위가 운전하고 돌아왔다.

내려갈 때는 끝나고 올 때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을 찾아뵙고 오려고 하였으나 몸이 엉망이 되었으니 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로 피곤하고 긴 하루였다.

그런데 처제와 마누라님과 셋째 딸이 주례를 너무 잘 보았다고 칭찬하며 딸은 주례 전문으로 하라는 농담을 던지는가 하면 마누라님은 진심인지 한 번만 보기는 너무 아깝다고 칭찬을 하니 알 수가 없었다.

앞으로 주례를 부탁할 사람도 없겠지만 다시는 나를 억매는 이런 일은 맞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내 생애 마지막 주례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였다.

 

 

***주례사 내용

주 례 사

 

오늘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의 화창한 봄날입니다. 이 아름다운 실록의 계절에 결혼식을 올리는 아름다운 젊은이들은 하늘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주례를 맞게 된 이 사람은 신랑 000 군의 고모부로서 주례사에 앞서 우리 조카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신부님도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너무 아름다운 한 쌍이네요.   

조금 전 혼인 서약에서 신량 000 군과 신부 000 양은 어떠한 경우에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어른을 공경하고 진실한 부부로서의 도리를 다 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을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본 주례는 두 사람이 맹세한 말을 꼭 실천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믿으며 인생의 선배로써 또 고모부로서 두 가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먼저 신랑과 신부는 물의 지혜를 가지고 살아 달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물은 세상 모든 만물의 근원으로 없어서는 아니 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한 방울의 물은 약해 보이지만, 많이 모이면 어떤 존재보다도 강한 힘을 발휘하는 존재입니다.

물은 커다란 바위를 만나면 돌아갈 줄도 알고, 웅덩이를 만나면 채워지기를 기다렸다 갈 줄도 압니다.

약한 것 같은 낙수 물이 바위를 뚫는 인내력도 가지고 있으며 화가 나면은 그 어느 것 보다도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것이 물입니다.  

즉 물의 지혜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 어려운 난관을 만나면 무모하게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다른 여러 방법을 생각하여 해결할 줄도 알고, 또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 상황의 변화가 유리하게 변하면 해결하라는 뜻이 되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끈질긴 인내력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며, 불의에 타협하지 말고 정의롭게 살아가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두 번째는 충서(忠恕)를 생활화하라고.

충서란 말은 論語에 나오는 말로 공자님의 인() 思想을 실천하는 原理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은 가운데 자에 마음 자를 합친 말로, 마음의 중심을 말하는 것이며 서()는 마음으로 용서한다, 즉 진심으로 용서한다는 뜻입니다.

충서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마음의 중심을 잡고 진심으로 용서하라는 뜻이나, 이 말의 의미는 어떤 행동을 할 때, 자기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하지 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판단하여 행동하라는 뜻입니다..  

부부생활에서는 신랑은 신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판단하여 행동하고 신부는 신랑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여 행동한다. 면 그 부부는 사랑이 절로 나타나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입니다 

이와 같은 충서가 형제간에 나타나면, 형제간의 사랑인 友愛가 되는 것이며, 부모에게 나타나면 이것이 바로 孝道가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친구나 이웃에 나타나면, 하나의 훌륭한 인격으로 승화되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신랑 신부는 물의 지혜를 가지고 충서를 생활화하면서 살아간다면, 어느 가정보다도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이 저절로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하객 여러분들께 부탁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하객 여러분들은, 두 사람의 앞날을 축하해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하셨습니다.

오늘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지켜보는 것으로 끝내지 마시고, 아직 부족한 두 사람이, 행복한 가정을 잘 꾸려 나갈 수 있도록, 항상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충고와 격려로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오늘 두 사람이 결혼이란 예식을 통하여, 인생의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 경사스러운 날을 맞은 양가 부모님들께 뜨거운 축하를 드리며, 아울러 오늘 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하여, 바쁘신 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하여 빛내주신 일가친지, 그리고 모든 하객 여러분들께도, 혼주 되시는 양가를 대신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6. 05. 28

'마음의 소리(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걷기 위해 사는 인생  (2) 2025.08.31
태극기 다는 날  (2) 2025.08.31
도심 속의 건강 지킴이 봉서산  (2) 2025.08.30
추 억  (4) 2025.08.30
배려  (0)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