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추 억

日陵 2025. 8. 30. 17:46

 

 

정원에 영산홍이 활짝 피고 개천에는 유채 꽃이 활짝 핀 그 좋은 춘삼월이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질투라도 하듯 일본에서는 연이은 지진으로 사십여 명이 죽고 몇 백 명이 다처 다는 뉴스 속에 한 이틀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오늘은 그야말로 춘삼월이라---

라일락 꽃이 고개를 내미는 따사로운 봄 볕에 오늘도 내 몸을 맡겨 본다.

봄만 되면 그놈의 일에 미쳐 쓰지도 못하는 허리 힘으로 어설픈 농부 흉내를 내다 땅바닥에 주저앉은 것이 벌써 삼 년 차인데 올해도 여지없이 그 병은 다시 돗았다.

부지런 떤답시고 남보다 먼저 감자 심고 옥수수 심고 땅콩을 심었으면 며칠쯤 쉬었다 하지 무엇이 잘 낮다고 때도 이른데 참깨 밭 만들고 고구마 밭 만들어 놓고 딸이 붙은 허리로 비닐 속에 거쳐있는 감자 싹과 옥수수 싹이 애초러워 정신없이 구멍을 뚫어 주다 그만 주저 않고 말았니 그놈의 팔자도 고되기도 하나 보다.

봄만 되면 밭에서 주지 않는 것이 벌써 삼 년 차, 처음에는 겁에 질여 이병원 저 병원 정신없이 다니며 시술도 받고 침도 맞고 수술도 받았지만 이제는 이도 면역이 되어 병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내기 한 번 해 보자고 몸으로 버틴 시간이 사일 차이었다.

삼 년 동안 척추병과 싸우면서 얻은 지식은 척추 협착증이나 디스크 파열은 삼 개월만 않지 않고 누어서 생활하거나 서서 생활하면 다 낮는다는 것을 수 없는 전문의 의사와 글에서 배워 왔으니 실천할 수밖에----

허긴 나도 삼 년 전에는 시술도 받았고 이년 전에는 수술도 받아 그 후 철저히 관리는 하고 있지만 조금 일이 무리가 가면 여지없이 신호가 오는 것이다. 그 무리라는 것은 다른 일이 아니고 무식하게 하는 농사일이라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것은 내 성격 탓도 있지만 나를 둘러싸고 있는 내 환경이 이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즉 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가 나에게 엔도르핀이 가장 많이 생기고 행복을 느끼니 하루를 살다 죽더라도 즐거움 속에 취해서 죽으려니 별 수가 있나?

그리고 척추병을 알으면서 내가 하나 배운 것을 더 말한다면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아도 삼 개월은 않지 말고 서서 생활하던지 아니면 누어서 생활해야 치료가 제대로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수술을 하지 않고 삼 개월만 집에서 잘 관리하면  허리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니 병원을 왜 가느냐는 논리를 터득한 것이다.

허리가 탈이 난 것은 지난 수요일이라 목요일 골프 약속도 취소하고 집에서 하루 푹 쉬고 나니 제법 부드러워져 금요일 오후에는 다리 근육 좀 보존하겠다고 매일 걷는 일만보 걷기를 실천하겠다고 집을 나섰다.

춥지도 덮지도 않은 춘삼월 나무 가지에 고사리 손 같은 새싹이 아름답고 땅 곳곳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은 나를 집으로 들어가게 놔주지 않았다. 봄기운에 취한 나는 산책길이 너무 좋아 두 시간이 넘게 일만 삼천보를 걸었으니 다시 허리에 탈이 난 것이다.  별 수 없이 토요일은 집구석 신세에다 비가 일요일까지 오니 이 핑계 저 핑계 꼬박 이틀을 집에 박혀 침대와 소파 그리고 집안에서 어정거리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으니 얼마나 답답했으랴.

오늘은 월요일 한차례에 많이 걷지 말고 나누어서 걸어 보자고 아침 먹기 전 천 오백 보를 걷고 오전에 육천 보만 걷자고 나간 것이 칠천 보를 넘기었다.

삼일 만에 집 밖에 나와 보니 봄 볕이 하루하루 얼마나 변하는지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무 가지에 새싹들이 이제 제법 실록으로 변해 있고 영산홍이 마음 놓고 화려함을 뽐내고 있으니 녹색의 언덕에 작은 꽃들이 얼마나 선명하게 자기 색깔을 드려내고 있는가?

무아에 빠져 실 개천을 따라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옛 추억에 빠져들어 버렸다.

내가 마지막 학교의 교장으로 재임하고 있었던 시절이다. 퇴임한 교장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삼락회 회의가 학생회관에서 열린다고 공문이 와, 출장이나 외출을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큰 마음을 먹고 격려하기로 결정하고 참석하였다. 그런데 학생회관을 들어서는데 교육감이나 많은 전임 교장선생님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 던 중 특히 반가운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분은 내가 강원도에서 처음 충남으로 왔을 때 근무하던 천안 주변의 시골 학교에서 교장으로 모시던 분으로 내가 대전으로 전출을 간다고 하자 끝까지 내신서를 써 주지 않고, 자기와 같이 천안에서 근무하자고 했던 분이었다. 그분은 자기가 먼저 충남의 일번지 중학교라고 하는 학교로 전출 가셔 내가 천안 시내로 발령이 나자 자기 내 학교로 나를 끌어다 놓은 분이었다.

그 분과 같이 근무하는 동안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 지냈으며 학교 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나는 죽을지 살지 모르고 학교 일에 매달렸으니 어느 교장이 나를 싫어할 이 없었다. 그런데 그분은 특히 나를 더 아껴 주셨던 모양이다.

한 걸음에 달여가 인사를 하니

 "아니 김 교장!" 하며 반갑게 맞아 주더니

"예끼 이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반가이 웃다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때 다른 전임 교장이 반갑게 인사를 하여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그분은 저만큼 가버렸다. 나의 기분은 찜찜하기 그지없었다. 기분이 상한 나는 회의장에 들어 가려다 그만두고 학교로 되돌아온 일이 있었다. 학교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봐도 내 머리로는 왜 그분이 그렇게까지 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으나 결론은 내가 교장이 된 다음에도 자기를 같이 근무할 때와 가치 모시지 않았다는 뜻이리라.

'혼자 웃을 수밖에---'

아마 그분을 모시고 있을 때 분명 나는 내 부모님 보다도 더 잘 모셨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건 그분뿐이 아니라 내가 모셨던 교장들 모두 그런 정신 가지고 모셨으며 다만 그 분과 같이 있을 때는 내가 맡은 일이 더 많아 조금 더 가까이했을 뿐이었다.

허긴 다른 또래 샘들이 교장과 친하다고 나를 질투하고 샘을 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특이 다른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헤어진 후 15년 동안 두 번 정도 만난 것으로 기억된다.

지난 세월에 같이 근무한 분들과 자주 만나 정분을 나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나에게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욕심 많은 성격에 남에게 뒤처지는 것을 싫어하니 가는 학교마다 정신이 없었다. 가정에서는 늦둥이 아들이 1급 중증 장애인이니 그를 키우는 마누라님 눈치 보면서 학교 일에 정신없이 살다 보니 늙은 부모님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내 생활이 지난날 모셨던 상사라고 특별히 모실 상황이 안 된 것이다.

허긴 이런 생활에 졌은 나는 나를 따르던 많은 선생님들과도 퇴직 후 나를 찾아 놨을 때 '나는 잃어버리고 현직 교장이나 교감을 잘 모시라고 타이른 사람이 되었으니 알만하지 않은가?'

그 분과 만나 생활했던 두 곳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떠 올리며 젊음의 열정에 속으로 웃어 본다.

'교장이 좋아하여 전 직원들이 타 학교와 배구 시합을 하려 가면 혼자 남아서 삼 학년 학생들을 지도하던 일---'

'전 직원이 학부모 초대로 일찍 하교하여 회식에 참석해도 고집으로 혼자 가지 않고 삼 학년 전체 반 학생들의 자율 학습을 지도하던 일 ----'    

'한국 민주시민교육 충남 지부장을 맡은 그 분과 같이 학교 수업을 몽아서 하고 전국 곳곳을 출장 다니 던 일----'

'교장, 교감 및 원로 교사들을 모시고 울릉도, 강원도, 무주구천동 및 부산 등으로 여행을 다니 던 일' 들이 풍전등화 같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징 하게도 바쁜 교직생활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추억 속에 가물가물 사라져 가며 왜 그리 열정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3학년 1반 담임, 윤리 주임, 충남 민주시민 교육회 총무부장에다 욕심이 많아 수업 시수는 같은 교과 교사 중에서 제일 많이 맡았으니 정신이 없었을 수밖에 ----  

이제는 하나의 추억 속으로 살아진 젊은 날의 추억이라.

내 머리도 이제는 백발인 늙은이가 되었으니 기억으로 더듬는 것만도 너무 행복한 순간들이다. 아마 그분의 연세가 지금 쯤은 90이 넘었을 것 같은 데 건강 어떠하실는지 ----

혼자 잡념 속에 취하며 봄의 기운을 만끽한다.

 

2016. 4. 18

'마음의 소리(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례  (2) 2025.08.30
도심 속의 건강 지킴이 봉서산  (2) 2025.08.30
배려  (0) 2025.08.30
봄의 향연  (2) 2025.08.30
산책 길에 만난 산토끼, 감상만 한 것은 잘한 것인가? 잘못한 것인가?  (1)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