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정신을 차려보니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나른했다.
전신이 누구에게 실큰 얻어 마진 것 같이 욱신거리고 양쪽 어깻죽지는 인대라도 파열되었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따끔거렸다.
가슴은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답답했으며 꿈을 꾸고 있나 정신이 몽롱한데 코끝으로 진한 소독약 냄새가 풍겨 왔다.
그리고 귀속에서 아련하게 여인네가 훌쩍거리며 한숨이 섞인 원망스러운 기도 소리가 끝이 없이 들여왔다.
그 기도 소리는
“하나님 아버지 우리 은실을 꼭 살려주세요.
이 아이가 죽으면 너무 불쌍하여 제가 어떻게 살겠습니까?.
이 아이를 꼭 데려가야 한다면 이 애 대신 죄 많은 쓸모없는 이 늙은이를 데려가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나님 아버지 금실을 데려갔으면 은실이라도 살려주셔야 이 늙은이도 살아가지요.
그리고 이 아이는 아직 어린 새끼도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 아버지!
제발 제 기도를 들어주시기를 바랍니다.” 하는 간절한 기도 소리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내 귀에 어렴풋이 들려왔다.
나는 기도하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일까? 확인해 보려고 몸부림을 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보이지가 안았으며 왜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드리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이런 기도 소리를 듣고 있는데 사람이 걸어오는 소리가 나더니
“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곧 정신이 들어올 것입니다.” 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기도 소리는 끊어지고
“선생님 정말 괜찮을까요?.” 하는 걱정스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그 목소리는 분명 내 귀에 잘 익은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어머니 목소리를 느끼면서 엄마를 부르려고 몸부림치면서 눈을 떠보니 한 번도 보지 못한 곳에 내가 와 있지 않은가?
천장은 상아색으로 깨끗하게 칠해져 있었으며 그리 밝지 않은 형광등 불빛이 내 눈을 부시게 했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있지?
꿈을 꿔도 악몽을 꾸고 있는 모양이라 생각하면서 사람 소리가 들려오던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실체에 탄 어머니가 안경을 쓰고 있는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차트판을 가슴에 낀 간호사가 의사와 같이 어머니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짖은 소독약 냄새가 코에 진동했다.
나는 직감으로 병원의 응급실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뒤척여 보자 양쪽 어깻죽지와 가슴에 통증이 말할 수 없이 왔고 팔에는 주삿바늘이 꽂혀 있는지 부자연스러우며 양쪽 팔이 침대에 묶여있었다. 그리고 내 옷을 누가 갈아입혔는지 속옷은 없고 맨살에 헐렁한 환자의 가운만 입혀있었다.
다시 눈을 감고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알 수가 없었다. 몸에서는 병원의 소독약 냄새와 함께 퀴퀴한 흙냄새가 콧속으로 스며들어왔다.
퀴퀴한 흙냄새가 콧속으로 들어오자
문득 머릿속에 물속에서 공포에 떨면서 구원의 눈방울로 나를 쳐다보면서 울고 있던 선미 얼굴이 떠오르더니 물속으로 휩쓸려 가던 언니의 모습이 스쳐 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선미야?
언니~?”하고 몸부림치며 소리를 지르면서 벌떡 일어나 바라보니 노인네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머리는 흐트러져 있으며 핏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핼쑥한 얼굴에 잔주름이 가득한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는 어머니가 침대에 묶여있는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녀는 내 소리에 놀랐는지
“은실아~?
정신이 들어?” 하면서 휠체어를 돌리는 소리와 함께 어머니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서 나를 바라보던 얼굴을 돌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를 보면서 기쁨이 가득한 목소리로
“선생님 우리 애가 정신이 들어온 모양이네요.
은실이가 살아났어요.
우리 은실이가 살아났어요” 하고 울음 반, 기쁨 반인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그러자 의사가 반가운 목소리로
“그래요.
어디 한번 봅시다.” 하면서 내게 다가와
“정신이 들어요.
내 말 들려요?” 하면서 내 눈꺼풀을 까보고 브래지어도 하지 않은 내 앞가슴을 헤치고 청진기를 들여 댄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그가 하는 대로 맡기고 있었으며 머릿속은 왜 내가 여기에 와 있는가? 생각하는데 ~~
갑자기 싱크대 상부 장의 문짝이 떨어지면서 문짝에 매달려 있던 언니가 싱크대 위에서 넘어져 물속으로 휩쓸려 가면서
“은실아 ~ ” 하고 소리치는 언니의 모습과
싱크대 상부 장 문짝에 스카프에 묶인 손을 걸친 채 공포에 질려 울음 섞인 목소리로 “엄마~”하고 울부짖는 선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선미야~~?
우리 선미는 어디 있어요.”라고 소리치자 의사 선생님이 웃으며
“걱정하지 마세요.
선미는 깨어나 옆 병상에서 지금 잠을 자고 있으니까요.” 하며 가로막으로 막혀있는 옆 병상을 가리킨다.
“정말요.
정말로 자고 있어요?” 하자
“예, 선미는 지금 정신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주사를 맞고 자고 있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 바로 언니 생각이 떠올라
“그럼 언니는 어찌 되었나요.
언니도 살아 있나요?” 하고 언니 걱정을 하자
어머니가 울부짖는 소리로
“네 언니는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다.” 하며 눈물을 훔친다.
“예~?” 하며 내가 비명 같은 소리로 묻자 의사는
“구조대가 최선을 다했으나 언니는 구조 당시 너무 흙탕물을 많이 마셔 심폐소생술을 하기 전에 이미 숨을 거두었답니다.
그리고 환자분과 따님도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뻔했지요.” 하면서 언니를 구하지 못한 것이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몸이 피로에 지쳐 있는 상태이니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주사를 맞고 한숨 푹 잠을 자면서 쉬시기를 바랍니다.” 하면서 간호사에게 주사를 놔주라고 했다.
나는 언니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에 다시 정신이 혼미 상태로 들어가는지 정신이 멍하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간호사는 나에게 무슨 주사인지 주사를 꽂았다..
내가 주사를 맞고 있는데 어머니는 반 울음으로
“아이고~ 우리 불쌍한 금실이
우리 금실이 불쌍해서 어떡할 거나 ~” 하며 우는 것인지 넋을 논 것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그러자 의사는 어머니에게
“어머님도 힘을 내세요.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작은 따님은 아직 젊으니까 하루 이틀 쉬고 나면 금방 회복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
수술을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몸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이런 큰일을 당했으니 얼마나 힘이 들겠습니까마는 어떡합니까? 참고 이겨 내셔야지요.
어머님도 일단 잠을 자야 몸에 무리가 없지요.
큰따님 장례 문제도 있고 집 청소도 해야 할 테니까 일단 쉬시기를 바랍니다.” 하는 소리와 간병인한테 어머니에게 보조 침대를 꺼내 주라고 하면서 간호사와 같이 병실을 나가는지 걸음 소리가 멀어졌다.
언니가 죽었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언니~”하고 부르는데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양쪽 눈에서 눈물만 볼기를 타고 흘렀다.
그러면서 물속에서 스카프에 묶인 손으로 몸부림치는 언니 모습이 머리를 스쳐 간 것 같은데 그다음은 어찌 되었는지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일반 병실로 옮겨져 있었으며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를 잠에서 깨어나게 한 모양이다.
눈을 떠보니 어제 누워있던 병실이 아니고 오른쪽 침대에는 선미가 누워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일반 병실이었다.
아마 내가 정신이 들어오자 주사를 맞고 잠을 자는 사이에 일반 병실로 옮겨놓은 모양이다.
눈을 뜨자 선미가 우는 목소리로
“엄마 ~,
괜찮아?” 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채로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쏟아지며
“응, 엄마는 괜찮은데 우리 선미는 어때?”하면서 바라보니 얼굴에는 핏기라고는 하나도 없이 창백하게 보였으며 머리는 엉클어져 있었다.
그런 얼굴 모습에 헐렁한 환자복을 입고 있는 선미 모습이 저절로 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했다.
선미는 그런데도 나를 위로하기 위한 것인지
“엄마 나는 괜찮아.”라고 대답하는데 더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이런 것이 혈육의 정이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때 선미가
“엄마 ~
이모는 어디 있어?” 하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고 눈에서 눈물만 흘렀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남녀 기자들이 병실로 들어오면서 나와 선미에게 카메라를 드려 대며 말을 걸어왔다.
“지금 몸은 어떠세요?”
“어제 일이 생각이 나세요?”
“무섭지 않으셨습니까?”
“구조대는 바로 왔습니까?” 하며 젊은 남자와 여자 기자들이 정신없이 질문을 해댔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이것이 무슨 일인가 어안이 벙벙하며 놀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어디에서 왔는지 의사와 간호사가 오더니 기자들을 밀치며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지금 환자는 심신이 쇠약하여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취재하실 일이 있으면 이따 오후에 취재하시기 바랍니다.” 하며 나가도록 하자 그래도 밀어붙이며 하나만 묻자며 억지를 쓰는데 의사의 완강한 거부로 일단 병실에서 물러갔다.
심폐소생술을 얼마나 세차게 했는지 유방과 앞가슴에 시퍼런 멍 자국이 나 있었다.
다행인 것은 선미 가슴에는 멍 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가 살아나는 데 더 어려움이 있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혼미한 체 비몽사몽이고 있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이모가 어머니의 휠체어를 병실로 밀고 들어왔다.
이모는 나를 보자 휠체어를 놔두고
“은실아 ~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얼마나 무서웠을까?
몸은 괜찮아?” 하면서 요란을 피웠다.
나는 몸이 지쳐서 그런지 아니면 내 처지가 초라해 보여서 그런지 오랜만에 만나는 이모지만 반가움보다는 서글픈 마음이 앞섰다.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모. 어떻게 알고 왔어.” 하자
“엄마가 전화해서 알았지, 그래 이게 웬일이라니, 그동안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잖아?” 하자 어머니가
“그러게, 말이야, 비가 얼마나 왔으면 이런 일이 벌어 젖을까?” 하고 어머니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네 이모한테 지금 집에 물이 가득 찼고 금실은 죽었으며 너와 선미는 병원으로 실려 가 중태에 빠져 있으니 되도록 빨리 와 달라고 했다.
그리고 집에 헌 옷과 이부자리가 있으면 가지고 오라고 전화했지.”
그러자 이모는 병실 밖으로 나가 보따리를 하나 들고 들어왔다. 아마 이부자리와 옷인 모양이다.
보따리 속에는 허름한 여름 이불 두 채와 옷가지가 몇 벌 나왔다. 이모는 보따리를 풀면서 어색한 표정으로
“늙은이 주제에 입을만한 것이 있겠냐마는 우선 급한 대로 걸치고 몸이 회복되면 시장에 가서 새로 사 입자꾸나.” 한다.
나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이모 고마워요.
지금 선미와 내가 살아 있는 것만도 황송한데 좋고 나쁜 것을 가릴 때여요.” 하면서 눈물을 흘리니 이모는 안쓰럽다는 듯이 손수건을 꺼내 내 눈물을 닦아주며
“은실이 네가 빨리 회복되어야 언니 장례도 치르고 어머니 무릎 병간호도 해주지.
어디 그뿐이냐, 집도 정리해야 되잖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른데 신경 쓰지 말고 몸 회복에만 신경 쓰거라.” 하며 위로했다.
그러자 갑자기 금실이 언니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엄마,
언니는 지금 어디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한 데.”
“언니는 지금, 이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단다.”
“돈도 없는데 빨리 장례를 치러야잖아” 하면서도
살려고 몸부림치던 언니 생각에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진다.
“그것은 네가 걱정하지 말거라.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테니까?
너는 우선 이모 말대로 네 몸 추스르는 데나 신경 쓰거라.
나라도 몸이 성하야하는데.”.” 하며 신세 한탄을 하신다.
***붉은 주마등 2에서 계속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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