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모가
“글쎄 말이요.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언니 무릎 수술받은 곳이나 탈이 나지 말아야 할 것인데 걱정이네.
엄마는 그렇고, 지금 네 몸은 어떠냐, 물속에서 기절해 있었다던데?”
“잘 모르겠어요.
지금도 정신이 혼미하며 온몸이 나른하면서 쑤시는 것이….” 하면서 눈을 감는데 밖에서 사람들 발소리가 나면서 병실 문을 여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젊은 남녀 두 사람이 들어왔다..
그들은 어머니와 이모에게 인사를 하고 구청 복지과에서 나왔다면서 자기들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관악구청 복지과 복지서비스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팀장 정미선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같은 팀에 근무하고 있는 주무관 이강석입니다.”하고 여자분이 자기소개와 동행한 남자 직원을 소개했다.
복지과에서 사람이 나왔다는 소리에 감기는 눈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40대로 보이는 여자 한 사람과 30대 남자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팀장이란 사람은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어떻게 위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재난 당한 주민을 돕기 위하여 현장을 파악하고자 출근하자마자 달려 나온 관악구 구청복지과 사람입니다.” 하자 어머니가 무어라 말을 하기 전에
옆에서 듣고 있던 이모가
“수고가 많으시네요.
집이 완전히 침수되어 갈 곳도 없고 사람이 죽어서 영안실에 있는데 어떻게 도와주실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면서 안달은 한다.
그러나 어머니는 당황해서 그런지 아니면 고마워서 그런지 눈만 멀뚱 거리며 이야기만 듣고 있다.
그러자 주무관이란 사람이
“그럼은요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국가에서 재난민에게 생계비나 의료비 또는 주거비나 연료비 및 장제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또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도 연결하여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자
이모는 살았다는 식으로
“그렇구먼요.” 하며 어머니를 바라보며
“언니,
이제 한숨 돌리겠네요.” 하며 무엇이 당장 해결된 것 같이 말을 했다.
나는 피곤해서 그런지 아니면 주사약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눈이 감겨와 눈을 감자 구청에서 나온 사람과 어머니는 병실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자며 이모와 같이 밖으로 나갔다.
병실이 조용해지자 살며시 눈을 뜨고 선미 쪽을 바라보니 선미는 잠에 취해있나 새근새근 자고 있다.
선미를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물 위로 얼굴만 내놓고 슬픈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던 선미의 모습과 물속으로 휩쓸려 들어가던 언니의 모습이 다시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언니 ~”하고 다시 정신이 혼미해졌다.
내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가벼운 저녁 식사로 죽이 나왔을 때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자 저녁 식사로 미움인지 죽인지 계란을 풀은 죽이 나왔다.
아무 맛도 없었지만, 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선미야 우리 밥 먹자.
맛이 없고 먹기 싫어도 참고 먹어야 빨리 몸이 회복되지.” 하면서 먹기를 권했다.
그러자 선미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억지로 죽을 입에 퍼 넣었다.
어머니와 이모는 어디로 가셨는지 보이지 않았다.
언니가 죽었으니 어머니의 마음은 자기 마음이 아닐 것 같았다.
평생을 혼자 장애인인 언니와 나를 키우며 살아오신 분이니 쉽게 마음이 무너질 분이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노인네의 마음을 어찌 알겠냐는 생각이 들자 내 마음이 더 불안해졌다.
나라도 어서 빨리 툭툭 털고 일어나야 할 참인데 몸이 잘 말을 듣지 않았다.
병실에 있는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
‘어제 수도권을 중심으로 몰아친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여성 세 사람이 침수된 집에서 갇혀 있었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오늘 새벽 신림동 빌라의 반지하에서 살고 있던 40대 여성과 그녀의 여동생인 40대 여성과 동생의 딸인 10대가 침수된 물에 갇혀 있다가 7시간 만에 구출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안타깝게도 세 사람 중 언니는 숨지고 동생과 동생의 딸인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여자아이는 가까스로 구출되었으나 현재 중태로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합니다.
숨진 40대 여성은 지적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 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40대 여성과 그의 딸도 기절한 상태였는데 119 구조대의 신속한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구했으나 언니는 구조가 늦어져 숨진 것으로 알려 젖습니다.
40대 여성과 어린 딸이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기적 같은 일로 당황하지 않고 침수에 침착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살아날 수 있었답니다.
구조대가 침수된 물을 양수기로 품어내고 집안에 들어갔을 때 언니는 스카프로 양쪽 손이 묶여있는 채 물에 빠져 있었고, 살아난 40대 여성과 딸은 언니와 똑같이 양쪽 손이 스카프로 묶여있었는데 주방에다 여러 가지 가재도구를 싸놓고 그 위에 올라가 싱크대 상부 장에 붙어 있는 문짝에 매달린 채 기절해 있었답니다.
죽은 언니의 양쪽 손에 스카프로 묶여있는 것으로 볼 때 언니도 동생과 조카와 같이 싱크대 상부 장 문짝에 매달려 있었는데 상부 장의 문짝이 언니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침수된 물에 빠져 숨진 것으로 알려 젖습니다.
원래 이 가정은 나이가 많으신 어머니와 같이 여자만 네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마침 어머니는 1주일 전에 무릎 관절병으로 병원에 입원하여있었기 때문에 이번 참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합니다.’라고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이번 폭우는 80년 만의 폭우로 경기도 일대가 물바다가 되었으며 이곳이 이렇게 물바다가 된 것은 하천으로 연결된 맨홀에서 뚜껑이 열리면서 물이 하천으로 흘러가지 않고 맨홀로 쏟아져 나와 도로와 빌라를 덮쳐 나타난 사건으로 알려졌습니다.
처음에는 119 구조대가 구조요청 신고를 받고 신속히 출동했는데 도로가 침수되어 현장까지 접근할 수 없어 일단 철수했다가 침수된 물이 어느 정도 빠진 후 출동했으나, 출동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런 참변을 당하게 되었답니다.’라고 흘러나왔다.
‘이번 폭우의 피해는
그뿐만 아니라 서초동에서도 반지하에 살고 있던 노인이 1명 사망했고, 흑석동에선 폭우 피해 현장을 정리하던 구청 소속 60대 남성이 폭우로 쓰러진 나뭇가지와 전선을 정리하다 감전되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번 비 피해로 도로가 침수되어 자동차가 700여 대가 넘게 물에 잠기는 침수 피해를 보았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말과 함께
영상으로 도로가 침수되어 자동차가 물속에 잠겨있는 모습과 도로에 걸어가는 사람들의 허리까지 물이 차 있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리고
앞으로도 비가 중부지방에 300mm를 더 뿌릴 것이라며 주민들은 비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하라고 방송하였다.
방송을 보고 나니 내가 물속에서 겪었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19 구조대가 오지 않는다고 얼마나 원망했으며 애를 태웠는가?
그리고 영상에는 도로에 주차된 차들이 문짝까지 침수된 모습과 도로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모습이 보였다.
그러더니 흙탕물 속에 잠겨있었던 처참한 우리 집 모습을 보여 줬으며 우리가 사는 빌라의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물속에 잠겨있었던 모습도 보여줬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몸서리쳐지면서 그 순간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씩 머릿속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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