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시간이 쾌나 흘렀다.
한밤중인데도 이웃에 사는 주민들이 나와 있나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고함치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구조대가 나타나면 금방 나갈 줄 알았는데 그리 간단하지 않은 모양이다.
언니와 선미는 팔이 아프다고 징징 거린 지가 쾌나 시간이 흘러간 것 같았다, 내 팔이 이렇게 아픈데 요령 없이 매달려 있는 언니나 선미는 얼마나 더 아플까? 하다가도 내 몸 간수에 정신이 없었다.
징징대던 언니가 조용해지더니 선미도 조용해졌다.
나도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이 내 몸에서 버티는 힘이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언니와 선미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기절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스쳐 갔으나 그들의 이름을 불러볼 힘도 없어졌는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선미야, 선미야 ~”
“언니, 언니 ~” 하고 아무리 불러 봐도 소리가 나지 않고 내 마음속에서만 부르고 있는지 아니면 꿈속에서 부르고 있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비몽사몽이고 있는데 현관문에서 망치 소리인지 아니면 폭탄이라도 터트리는지
“꽝” 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물이 쏠려 나갔다.
깜짝 놀라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정신을 차려보니 선미는 상부 장 문짝에 매달려 있고 언니가 매달려 있는 상부 장 문짝이 떨어지면서 순간 물속으로 쓸러 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의 균형을 잡으며
“언니~” 하고 소리친 것 같은데 그다음은 아무것도 기억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지만,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었다.
세 사람이 같이 상부 장 문짝에 매달려 있었는데 어떡해서 선미와 나는 살고 언니만 죽은 걸까?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내 기억에 현관문 쪽에서 ‘꽝’ 소리가 나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을 때 눈에 보인 것은 선미는 상부 장 문짝에 매달려 있었고 언니가 물속으로 휩쓸러 가는 것을 보았다.
되짚어 생각해 보니 꽝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면서 물이 현관 쪽으로 쏠려 나가자 언니가 균형을 잃은 모양인데 언니의 몸이 뚱뚱하여 상부 장 문짝이 언니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서 물속으로 휩쓸러 나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생각이 떠오르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어쩌다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 평생 남들로부터 놀림만 당하면서 혼자 외롭게 살다 갔을까?
그런 몸으로 태어나려면 차라리 부잣집에서 태어났으면 그래도 좋은 옷에 굶주리지나 않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실큰 먹고 살았을 것이 아닌가?
어찌 가난하고 불쌍한 우리 어머니한테 태어나 평생 어머니의 애간장만 태우다 갔을까?
스님의 말씀대로 이 세상에서 멸시와 굶주림 속에서 외롭고 험한 고통 속에 살다 갔으니 이제는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곳으로 갔을 거로 생각하면서도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흘러나왔다.
“불쌍한 우리 언니 부디 천국에 가서 고통받지 말고 행복하게 사세요.
이 동생이 언니를 위하여 열심히 기도할게요.
언니 선미와 저만 살아서 죄송합니다.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편안히 영면하십시오.” 하며 기도를 올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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