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봄 날 어느 하루 나의 일기

日陵 2025. 8. 30. 16:47

60대가 꽉 찬 애늙은이 하루 일기를 적어 본다.

어느 오월 아침 4시가 되기 전 잠이 깨어 엎치락뒤치락하다 4시가 지나면서 일어나 아침 산책을 준비하고 나오면 4 10여분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 시간 정도 있어야 하는데 책을 보려니 눈이 아프고 TV를 보려니 재미도 없으니 특이할 일이 없어 밖으로 나갈 수뿐이 없다. 아직 5월 상순이다 보니 낮에는 20여도 가까이 올라가지만 새벽은 10도 이하라 쌀쌀하기도 하고 혹시나 누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봐 모자에 마스크까지 쓰고 귀에는 이어폰을 낀 채 아침 산책을 나간다.

 

아직 날이 어두우니 멀리를 못 나가고 집에서 1km쯤 떨어진 곳에 가로등이 켜있는 아파트 주변 1,000 보정도 나오는 하천 산책로를 한 바퀴 돌다 보면 한 사람 두 사람  숫자가 늘어난다. 세 바퀴 정도 돌면 어둠이 조금씩 개기 시작하면서 하천을 따라 조금 먼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귀에서는 애끓는 사랑타령의 가요와 발걸음을 가볍게 하는 K-팝 등 음악이 한없이 흘러나온다. 음악을 처음 들을 때는 몰랐는데 한번 두 번 계속 듣다 보니 가사의 의미가 하나 둘 귀에 들어와 그 오묘함을 느끼기 시작고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세상사 이야기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오늘은 남자는 사랑을 몰라라는 노래의 가사 속에 여자는 사랑을 받기를 원하는데 남자는 마음을 모른다~는 의미가 나를 두고 한 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동쪽 하늘은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하는데 서쪽 하늘엔 찌그려지기 시작하는 보름달이 정신없이 사라지려 한다. 꼭 내 인생 같은 기분이 든다. 아직 인생을 정리하기도 전 노년의 서러움이 내 몸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동쪽 하늘의 힘찬 기운에 밀려 서서히 사라져야 하는 서쪽 하늘의 달처럼 내 인생도 이제는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넘겨주고 서서히 사라져야 하는 것일까?

 

지는 달( 팬타포드에서 본 서쪽 하늘)

 뜨는 아침(호수 공원에서 본 동쪽 하늘)

 

아침마다 산책을 시작한 것은 퇴직 후 농사일을 하다 척추 디스크 파열과 협착증 증세가 있어 수술 후 허리 근육 강화운동 차원에서 하루 만보 걷기를 시작하였다. 만보를 걸으려면 약 8Km 정도로 100분에서 110분 정도 걸어야 한다약 두 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나서 집에 오면 몸이 나른하나 집사람을 도와 아들 주간보호센터 가는 준비를 도와주고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한 다음 점심 도시락을 준비하여 밭으로 나간다.

 

내 농장은 약 700여 평으로 집에서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농장에는 각종 야채와 잡곡, 그리고 나물들과 차로 사용할 수 있는 약초 등으로  30여 가지 농작물을 재배한다오늘은 참깨 밭을 만들기 위하여 가볍게 퇴비와 밑 비료를 넣고 참깨 모종을 위한 비닐 치는 작업을 하였다. 

 

오후 2시쯤 지친 몸으로 점심을 먹고 하우스 안에서 잠깐 쉬었다가 태조 스포츠 타운으로 이동한다. 골프 연습을 하겠다고 골프채를 휘둘러보지만 새벽부터 지친 몸이 공이 잘 맞을 이 가 없다. 대충 11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다음 목욕탕에 들어가 피곤에 싸인 몸을 더운물과 찬물 탕을 번갈아 돌아가며 피로를 풀어 보고 집에 들어오면 오후 6시가 조금 지난다. 나른한 몸을 소파에 기대어 프로 야구에 시선을 두다 8시쯤 저녁 식사가 나와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나면 9시 조금 쉬었다 10시경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 피곤한 하루인지, 즐거운 하루인지 알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시곗바늘처럼 생활하는 것이 내 인생의 노년 생활이다.

 

내일은 새로운 삶의 길은 없을 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