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진눈깨비 인생

日陵 2025. 8. 30. 17:19

오늘도 여지없이 만보를 채우기 위하여 걷는다.

이달만 버티면 만 2년이 다 되는데

30년을 걷게 다고 목표를 세운 지 2년

독하게도 지켜왔으나 그래도 1년에 네댓 번은 빠진 것 같다.

 

오늘은 아침부터 눈비가 오락가락

등산화를 신고 우산을 챙겨 열심히 걷는다.

인도를 따라 원형육교도 건너고 도로도 건너

하천을 따라 산책로를 열심히 걷는다.

 

오늘은 눈비 덕인지 평소도 많지는 않지만

산책로가 유독 한가해 보인다.

그래도 우산을 들고 음악을 들으며 걷는 아줌마도 만나고

말총머리를 한 날씬한 여자 한 분이 마라톤을 하는데

뒷모습이 삼국지에 나오는 적토마 같은 기분이 든다.

 

길게 묶은 갈색 노랑머리가 말총머리보다 더 치렁거리며

착 붙은 바지에 비친 허벅지와 장딴지의 근육이

윤기가 번지려 한 적토마 보다 더 아름다워 보여

노인네 혼자 부끄러움인지 부러움인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돌아오는 길에 진눈깨비가 함박눈 같은 진눈깨비가

내 시야에 비친 사물을 아롱거리게 만들면서

인도에 떨어지며 녹아 없어지는 모습이

인생 백 년 우리네 모습같이 느껴진다.

 

녹아 없어지는 진눈깨비를 보면서 향수에 젖어들다 보니

초등학생 시절 못 살겠다 갈아보자? 갈아봤자 별 수 없다든 선거벽보가 떠오르고

중학교 시절 고등학생 형들의 몽둥이가 무서워 운동장에 끌려 나가 ㅇㅇ선생 물러가라’ 던’ 4·19

반공을 국시의 제1호로 1 삼고를 열심히 외우던 중3 시절

흉년의 가난에 울어야 했던 60년대 초 고등학생 시절

묵고 묵어 대학에 들어가니 3선 반대데모 속에 군에 들어가니

투표용지도 받아보지 못했던 암울한 시절

다시 복학하니 유신반대 데모에 4년 동안 한해를 온전히 학교생활을 못한 학사님이라

 

사회에 나와 가난 속에 열심히 살다 보니

이제는 세계 10대 경제대국이요

없니 있니 해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어

이 나라도 가보고 저 나라도 가보니 우리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없는데

아직도 무엇인 부족인지 이렇게 신세타령이 안인가?

 

천년은 못 산다지만 백 년의 인생도 길지 않은가

땅에 떨어지면 녹아내리는 진눈깨비에 비하면

내 인생 70은 길고도 길 세월이 안이던가?

여기에 덤으로 30년을 더 준다 하면 이 얼마나 축복이고 행복인가

 30년의 덤을 받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걷는다.

 

2015.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