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일 억 보의 신화

日陵 2025. 8. 30. 17:01

일억 보()의 신화(神話)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이어폰을 통해 들여오는 노랫소리가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걷기를 시작한 것은 작년 1 25일부터다. 오늘은 해가 바뀌어 3 18일이니 13개월 24일이 지났으니, 하루에 11만보씩 만 따져도 419일이면 사백 십구만 보를 걸은 샘이다.

  내가 걷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척추 디스크와 협착증을 수술받은 후 치료 차원에서 시작하였다.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한 다음 새로운 소일거리로 밭 500평에 비닐하우스와 농업용 전기 및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여 그럴듯한 나만의 농장을 만들었다. 원래 시골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고를 졸업했기에 농작물 재배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 콩, 깨 등 농작물과 각종 채소나 약초 등 30여 가지를 재배하였다.

그러나 34년 간 교원 생활을 한 내가 그리 튼튼할 리가 없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운동이라야 학교 순시나 하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등산하는 것이 전부였던 사람이 허리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고 농사일에 뛰어든 것이다. 그저 일하는 것이 좋아 밭에 나가서 일을 하다 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허리에 통증이 와 자주 땅바닥에 주저 않는 현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찜질을 하거나 목욕탕 뜨거운 물에 담그는 것으로 아픔을 달래다 통증이 점점 심해저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것으로 버티며 일을 하였다. 그러던 중 퇴직 후 3년 차 농사철이 되어 밭에 퇴비를 내기 위해 손수레에 거름을 퍼 올리다 “아이코”하며 땅에 주저 않고 말았다. 다음날 천안의 한 척추 전문병원에 가서 진찰한 결과 척추 협착증과 디스크 파열이라는 판명으로 곧바로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사후 관리를 잘못한 것인지 척추가 왼쪽으로 휘어져 하루아침에 옆으로 기울어진 이상한 모양의 사람이 되어 버렸다. 휘어진 척추를 잡기 위해 유명하다는 한의원과 척추 교정원 등을 찾아다녔지만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아 결국 시술 후 8개월 만에 다시 대전에 있는 척추 전문병원에서 척추 협착증과 디스크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수술을 받은 다음 사후 관리에 대하여 의사 선생님과 상의한 결과 허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데는 걷기 운동이 제일이라고 하였다.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수술을 받은 다음 날부터 내가 힘이 있는 날까지 매일 1일 만보를 걷기로 결심하고 실천에 옮겼다.

  병원에서는 입원실 복도가 자로 되어 있어 한 바퀴 도는데 140m 정도가 되었다. 영양제와 같이 무통주사를 맞으면서 허리에 피 주머니를 차고 새벽, 아침·점심·저녁 먹은 후와 자기 전 10 바퀴 씩 하루에 총 50바퀴를 돌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간호원조차 신기하게 바라보더니 45일이 지나자 척추 수술 환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 일주일정도가 되자 입원실 복도에 걷는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나는 퇴원을 한 후에도 오전 오후 하루에 두 번씩 33 천보로부터 시작하여 88 천보까지 늘여 하루에 걷는 양이만 육천 보까지 4개월을 걸었다. 그 후 매일 11만 보이상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쉬지 않고 걸으면서 천안서북보건소에서 InBody를 측정해 본 결과 아래 표와 같이 골격근량이 늘어나고 신체발달 지수가 늘어나 모든 측정 결과가 표준과 정상으로 변하게 되었다.

 

구 분 측정 년 월 일 체 중 골격근량 체지방량 신체발달
수술 전 13. 11. 22 71.3 31.0 15.4 70
수술 후 14. 08. 20 70.6 32.8 11.7 78
14. 12. 16 71.1 33.2 11.8 77

 

  신체의 변화를 실감한 나는 하루 11만 보 이상 걷기를 일과 및 취미생활로 설정하고 몸이 허락하는 날까지 실천하기로 결심하였다. 걷기를 시작할 때 내 나이 육십 중후반의 애늙은이로 100세의 인생을 계산해 보니 30년은 더 살겠다는 계산 하에 1 11만 보 1년 365일에 30년을 계산하니 일억 구백오십만 보가 나와 구백오십만 보는 삭제하고 일억 보를 걷는 것을 내 노년 인생 목표로 설정하였다.

  노년의 인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없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명절이 돌아오면 차례를 지내고 골프 라운딩을 하는 날은 새벽에 오천 보를 미리 걸은 다음 나가고, 눈이 쌓여 걸을 수 없을 때는 헬스장에서 농사일을 할 때는 일하는 시간을 피하여 새벽이나 저녁을 이용하여 십억 보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겨울에는 오후에, 이른 봄은 오전에 여름에는 새벽에 걷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겨울은 베트남 호찌민에 사는 큰 딸 집에 한 달간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그 순간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오후 비행기를 타면 새벽에 오전 비행기를 타면 도착하여 걸었다. 베트남 북부 SAPA와 하노이, 후에, 다낭, 호이안을 여행할 때도, 호찌민시에서 생활할 때는 Crescent 공원 주변을 오전 일만 이천보, 오후 일만 이천보를 매일 걸었다. 동행인에게 방해가 될 때는 잠자는 새벽이나 저녁에 내 허리에 차고 있는 만보기가 10,000의 숫자가 지날 때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걸었다. 아마 베트남 30일 여행 중 내가 걸은 걸음은 대충 따져도 5050만 보는 넘을 것 같다.

  이와 같이 한적한 길을 2시간 가까이 걷다 보면 별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나의 과거와 현제에 있었던 일과 있는 일들이 생각을 만들어 끝임 없이 상상의 세계를 헤매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남들이 하고 다니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게 되니 지루하지 않고 가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걷는 것이 자연스레 습관화되었다. 지금도 내 귀에서는 한 구절 한고비 꺾어 넘을 때 등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는 내 인생의 삶을 되새기게 하면서 나의 건강 노년 30년으로 일억 보의 신화를 만들어 보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2015.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