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친구 문상을 다녀와서

日陵 2025. 9. 22. 06:54

 

문상을 다녀와서.

 

저물어 가는 가을을 마무리하기 위하여 몇 포기 심지 않은 메주콩(노랑 콩)을 그동안 하우스 안에 보관하다 오전에 도리 개질을 하고 집에 들어와 좀 쉬려고 하니 카톡이 하나 날아든다. 원래 오늘 오후 5 30분에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퇴직자 동기 모임이 있어 기억력이 가물가물한 늙은이들 잊지 말라고 보름 전에 예고하고 당일 띄워주는 소식이거니 생각하며 보내준 사람을 생각하여 잘 받았다고 답장을 하려 열어보니 생각지 않은 부고장이 온 것이다.

내용은 지난 11월에 심부전증으로 쓰러진 친구가 그동안 병원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치료했는데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떠난 모양이다. 그동안 몇 차례 병문안을 다녀왔지만, 막상 죽었다고 생각하니 내 머릿속이 복잡하다. 이제 갓 칠순을 넘겼는데 백 세 세상이라고 떠드는 세상에 71살은 너무 어린 나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70이란 나이는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라는 생각을 종종 하지만 모임을 두 개씩이나 하는 친구가 같다니 충격이 절로 오는 모양이다.

이 친구와 지난해 가을 단풍놀이로 '백소회(百笑: 백 살까지 웃으며 살다 가자는 의미)'란 모임에서 동해안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평소 많은 지병을 가지고 있는 친구를 생각하여 내 옆에 때우고 이틀간 1,000km를 운전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정동진 해변에서 나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준다며 바다에 넋을 두고 있는 내 모습을 잡아주는가 하면 자기와 같이 왔다는 기념을 남기자며 사진을 찍었다. 그는 국어 선생님으로 평소 글을 쓰는 사람이고 나도 심심풀이로 낙서를 즐기는 사람이라 아무런 생각이 없이 앞으로 출판할 책 표지나 하나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자세를 취했는데 이것이 마지막 작별의 사진이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는 오늘 모임을 취소하고 모두 장례식장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변경하고 문상을 하고 돌아왔는데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고 또 되새겨 보며 달래 본다. 이제는 떠날 때가 점점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평소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나면 허전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암울했던 1940대 태어나 50~60년대 어려운 시절 초··고를 다니며 겪었던 구질구질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더 어려웠던 추억을 지닌 나에게는 지금 사는 것이 꿈속에서 살고 있는 천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삶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고 사는 나에게는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이다. 언제든지 부르면 가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으며 다만 고통받지 않고 죽었으면 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면 소원이다. 이런 사고로 간혹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누가 갑자기 죽었다면 슬퍼해 주기보다는 참 죽음 복 있네.’라고 표현하여 오해를 사는 것이다. 그런 사고방식인데도 가까운 친구가 죽었다니 무엇인가 모르는 것이 내 마음을 억누른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다 문득 친구가 보내준 부고 문구가 떠올라 다시 카톡을 열어 보니 오늘 아침 소천하셨습니다라는 문구를 사용하였다. 보통 운명’ ‘별세등을 많이 사용하는데 소천이란 용어는 처음 듣는 것 같아 혹시 뜻이 다른 어떤 의미가 있는 가 찾아보기로 했다.

소천(所天): 유교적 관념으로 아내가 남편을 이르는 말.

사망(死亡):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

서거(逝去): 죽어서 세상을 떠남

별세(別世): 윗사람이 세상을 떠남

운명(運命): 인간을 포함한 우주의 일체를 지배한다고 생각되는 초인간적인 힘

작고(作故): 고인이 되었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정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어느 문장을 사용 하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내가 그동안 받아 온 부고들은 대부분 別世 運命  作故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잘 사용하지 않는 所天이란 단어를 사용했을까 생각해 보니 이 부고장을 보낸 분은 여자분으로 평소 망자와 아주 가까이 지낸 분이며 일찍 남편을 보내고 혼자 계신 분이었다.혹시 당혹스러워 급히 보낸다고 하면서 옛 남편을 보내며 띄웠던 문구가 떠올라 착각했든지, 아니면 망자의 사모님이 보낸 문구를 그대로 사용한 것인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먼저 떠난 친구님, 어찌하오리까? 주어진 명이 거기까지 라니 모든 미련 다 버리시고 당신과 내가 늘 말 한대로 주어진 운명에 순응해야지? 먼저 가셨으니 좋은 곳 찾아 계시다가 내가 가면 인도해 주기 바랍니다.

고맙고 그립고 아쉬운 친구여~~~

 

 

정동진에서 그가 남겨준 마지막 선물

 

 

                                                                                                                          

                                                                              2018.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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