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수필)

세상을 돌아보니

日陵 2025. 9. 22. 17:59

 

모르겠다.

 

온종일 울적한 마음 달랠 길 없어 혼자 끙끙 앓다가 친구들과 저녁 모임이 있어 아니 갈 수 없어 참석하여 멋진 술대접에 혼자 취하여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려본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철이 들면서 최선을 다하며 산다고 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성공한 인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저녁 큰딸 녀석에게 넋 다운이 되었는데 아침에 분이 덜 풀린 나의 헛투정에 마나님 한마디에 완전 녹초가 된 것이다. 하루 진종일 걷고 또 걸으면서 내가 살아온 길을 되돌려 봐도 어디서 실꾸리가 얽혔는지 알 수가 없다. 분명 내가 한 이야기는 인생 선배로서 혹시나 내 새끼가 잘못될까 봐 저희가 말하는 잔소리를 좀 한 것 같은데 그 말을 꼬리 잡아 되치기 하는 사십 대 중반이 된 딸아이를 도저히 용납되지 않아 분을 못 사귀고 있는데 남편의 이야기는 무시하고 무조건 아이들 편만 드는 마나님 행위가 더욱 용납되지 않는다.

 

세상이 많이 변한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인생 칠순이 넘도록 살면서 남을 가르치고 선도하며 살아온 인생인데 무조건 잔소리꾼으로 몰아가는 사회 풍조를 이해할 수가 없다. 거기다 서방님의 깊은 뜻을 헤아려 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얄팍한 정에 매달려 아이들 편만 드는 아낙네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학교에 있을 때 어머니들이 아이들 정에 이끌려 자녀들 교육을 망치는 경우를 종종 봐 왔는데 알고 보니 남의 이야기가 아니고 내 집 이야기가 된 모양이다.

 

그래도 젊어서는 박봉으로 타관살이를 하면서 어렵게 살아왔지만, 집사람이 지금같이 남편을 무시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느 날부터 인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지난날을 되짚어 보니 발달장애아인 막내아들이 태어나고 어려울 때 내가 집을 떠나 멋 곳에서 4년간 근무한 적이 있었다. 분명 나는 내 인생 목표를 향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객지에 나가 혼자 끈 이를 해결하며 살다 왔는데 그 기간에 집사람이 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주말에 집에 와 보면 처음에는 몰랐는데 1년이 가고 2년이 지나다 보니 우리 가정에 무엇인가 알지 못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아비가 객지에 나가서 혼자 밥을 해 먹으며 열심히 살고 있으니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을 다니는 딸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반대로 방임의 세계에서 생활한 모양이다. 아비가 선생이라 철저하게 관리하여 초·중학교 시절 반에서 손가락 안에 다투던 아이들이었는데 모두 다 바닥권으로 추락하여 그네들이 대학을 진학하는데 세 녀석 모두 변변한 대학에 명함조차 내보지 못하고 지방 변두리 대학을 마치는 데 까지도 애를 먹여 겨우 졸업장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아비까지 흔들릴 수 없어 중심을 잡고 열심히 살은 덕에 딸들도 모두 출가하여 나름대로 잘살고 있으며 노년에 그럭저럭 아쉽지 않게 살고 있는데 나와 집사람이 애들에게 정이 너무 많았나 보다. 출가한 세 녀석이 모두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주소를 두고 있다. 큰 녀석 가족은 모두 해외에 나간 지 10년이 지났으며 둘째와 셋째는 바로 옆 동과 이웃 라인에 살고 있어 나만 모르고 모두 대문 열쇠도 공유하고 있어 제집 들랑거리듯 살고 있어 외롭지는 않으나 버릇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아비로서 종종 잔소리가 나오게 되고 그것이 싫다고 더러 삐쳐 몇 날 눈에 보이지 않으면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손자 녀석들을 핑계 삼아 다시 불러들여 잔소리하는 모양새가 된 것 같다. 특히 해외에 사는 큰 녀석은 계집애가 어려서부터 선 머슴애 같아서 고분고분한 것이 아니라 아비 말끝에 꼭 토를 달고 나선다. 하긴 막내 녀석도 곱게 넘어가는 법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두 녀석 모두 남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저희가 잘났다고 생각해서 그런 모양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겐 지금도 어머니가 살아 계시지만 철이 들면서 부모님이나 처가의 장인 장모님에게 한 번도 그분들의 이야기를 거역한다든지 말문을 꺾은 적이 없는데 세상이 변해서 그런지 너무 다정하게 대해줘서 그런지 알 수는 없지만, 말대꾸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딴에는 저희 잘되라고 내가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살림살이나 자녀들 교육에 대하여 앞날을 예측하면서 생활하라고 가르쳐 준다고 한마디 하면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니 아비로써 서운한 생각이 점점 깊어만 간다.

 

내가 아직도 정이 너무 많은 모양이다. 저희 잘살고 못 사는 게 나에게 무슨 상관이라고 시집가서 제 살림하는 녀석들에게 잔소리한담. 분명 나는 상당히 거리를 두고 산다고 살고 있는데 잊을 만 하면 마나님이 아이들 이야기를 가지고 들어와 나를 흔들어 놓는다. 나도 쾌나 아이들 사는 것에 관심을 두지 말고 우리나 잘살자고 잔소리를 해 대면서도 듣고 나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니 그것이 부모의 마음인 모양이다. 그래서 한마디 한다고 하면 결국 꼰대 소리뿐이 듣는 게 없는데 왜 나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난날을 되짚어 보니 요즘 세상을 사는 우리네 세대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는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윗사람에게는 맹종하며 살아왔고 나잇살이나 먹어서는 아랫사람들에게는 처 밭치며 살아온 세대 같다. 젊어서 윗사람에게 조금만 잘못 보이면 버릇없는 놈으로 낙인찍혔고 늙어서는 고리타분한 꼰대라고 따돌림을 당하는 세대인 것 같다. 젊어서 자식 키우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손수 다 챙겼는데 요즘은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친구들 대부분 손자 봐 주니라 모임에도 제대로 못 나오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니 바보 같은 삶을 살고 있는지 사회가 발달하고 수명이 길어져서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자식들이 무어라 하면 내 집에 못 오게 하면 되는데 마나님이 무어라고 하면 달랠 수뿐이 없다. 나이 조금 먹고 보니 내가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 곳은 부부뿐이라는 생각을 가진지가 오래되었는데 우리 집사람은 말로는 그렇다고 하면서 곧잘 아이들 일을 끌고 들어오니 뾰족한 수가 나타나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상관하지 말고 내 노년이나 잘 마무리하는 것이 답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머지 인생 건강하게 살다 바람같이 사라져야지 무엇이 그리 미련이 남아 마나님과 아이들과 아웅다웅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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