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말라야 마차푸차 봉우리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다만 술이 어정쩡 하게 취해서 자려고 해도 잠을 잘 수가 없고 대화를 하려면 혀가 조금 구부러지는 것 같은데 대꾸를 해 줄 사람이 없다. 직장에 있을 때 이정도 술이면 기분이 가장 좋을 때라 2차 3차 시작할 때인데 퇴직을 하고 10여년이 지나 고희가 지난 지가3년이 되었으니 누가 나의 대화를 받아 줄 사람이 없다. 내 딴에는 제 놈들한테 내가 살아온 경험담을 들여 주며 인생길을 알려 준다고 하는데 내가 난 내 새끼도 실 타는데 남이 들어 줄이 없다.
친구들과 서로 사라온 인생길 자랑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혹시 실수를 할까 봐 눈치를 보며 마신 술이다 보니 어슬 푼 술이 된 것이다. 허긴 칠순이 넘은 친구들이 소주 두병씩이 넘게 마셨으니 과한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제 건강 자랑하며 지난날의 추억 생각에 아시 워 하면서 체면치레 하고 들어 왔는데 잠을 자려니 잠이 오지 않는다.
늙음은 좋은데 왜 정신과 육체가 역으로 가나 현직에 있을 때보다 더 씽씽한 것 같으니 답이 없다. 그렇다고 젊어지는 것은 아니데 늙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내가 가진 것은 시간과 먹고살만한 돈이 있으니 바쁜 일도 없고 아쉬움도 없다. 어느 철학 교수의 ‘백세 인생’이란 책을 읽어 보니 인생의 가장 황홀한 시기의 연령대가 65세에서 75세라고 주장하는데 생각해 보니 그럴 것도 같다. 아이들 다 털어내고 돈도 먹고 살만큼 챙겼으니 죽을 때까지 건강만 챙기면 되는 것이 안인가? 그런데도 벌써 저 세상으로 간 친구들이 몇이나 된다. 늙은이 목숨이야 그게 목숨인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파리 목숨이 늙은이 목숨이란 생각도 든다.
제 몸 생각한다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하지 않고 새벽마다 2시간이 넘는 운동에다 아침만 먹으면 직장에 나가듯 농장에 가 푸릇푸릇 자라는 농작물을 바라보며 움직이니 몸이 늙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오늘도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술꾼 모임에 아무 부담 없이 몇 잔 마시고 오니 기분이 절로 좋아 잠이 올이 없다. 그렇다고 적은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애매모호한 술이 되다 보니 괴로운 시간이 되었다.
기분이 좋고 잠이 오지 않으면 취하도록 더 술을 퍼 마시든지 아니면 쉽게 깨도록 제 손으로 꿀 차라도 타 마시면 되는 걸 늙은 주제에 무엇이 잘났다고 죽어라 집안일하고 쉬고 있는 마나님에게 시비를 붙는다.
“여보 시원한 솔잎차 한 잔 타줘” 하니 화가 난 마누라 왈 ‘네가 무엇인데 술 처먹고 시비야’는 듯 못 들은 체하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내 딸의 생각은 오랜만에 서방이 술 한 잔 하고 왔으니 너그럽게 대해 줄 것도 같건만 피곤해서 그런지 용납이 안 되는 모양이다.
허긴 그 사람 하루 일정을 보면 나는 감히 생각할 수 없이 나분 댄다. 천성이 바지런한 사람이라 자기 몸을 아낄 줄 모르는 멍청이니 어떻게 해 볼 수도 없다. 어쩌다 안쓰러워서 한마디 하면 열 마디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니 내 입을 봉하는 것이 서로 피곤하지 않다. 그런 성격이나 가 젖으니 가난한 나를 만나 이 정도 먹고살게 만들어 놓았으니 그녀의 바지런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침대에 누워 자려고 하니 정신이 어정정하니 다시 일어나 책상에 않자 헛소리나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늙은이 인 모양이다. 기분은 세상을 날아다닐 것 같은데 대화 한마디 할 사람이 없는 것이 늙은이인 모양이다. 나에게도 분명 젊은 날이 있었는데 언제 가버렸는지 모르게 가버리고 이제는 가을의 낙엽처럼 쓸쓸히 바람 따라 어데론 지 가야만 하는 신세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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