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우슬(牛膝)

日陵 2025. 9. 23. 01:37

 

우슬(牛膝)은 글자 그대로 쇠무릎이란 풀이름이다. 일명 도둑놈 가시라고 부리기도 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도둑놈가시는 가시가 가늘면서 좀 길쭉한 가시인데 우슬은 작으면서 몽당한 가시를 지니고 있다. 사람 옷에 달라붙는 것은 두 종류 모두 징그러울 정도로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이 풀이 도둑놈 가시라 불리는 것은 농촌에서 농장에 도둑놈이 들어오면 농장 둑에 자생하는 우슬 씨가 옷에 달라붙어 누가 농장에 몰래 들어왔나 쉽게 알 수 있게 표시해 준다는 데서 농부들이 도둑놈 가시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 어른들로부터 들은 기억이 남아 있다.

 

내가 우슬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4·5년 전의 일로 생각된다. 집사람이 갑자기 무릎이 아프다며 무릎 아픈 데는 우슬이 최고라며 매일 산책을 나다니는 나에게 우슬 있는 곳을 잘 살펴보라고 성화를 댔다. 그러면서 처남이 캐다놓은 우슬 한 묶음을 얻어다 매일 식수대신 차로 마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프다는 소리가 한동안 사라졌었다..

 

그러다 집사람은 금년 가을 일이 너무 심했는지 가을일이 끝나고 11월 중순쯤 갑자기 무릎이 아프다며 걷지를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 쫓아다니며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원래 호들갑이 많은 것인지 푼수 만 양 참을성이 많은 것인지 한 번 아프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일 년이면 봄가을 두 번 정도는 이 날 리를 친다. 지난봄에도 죽는다고 아우성이라 종합병원 응급실에 들어갔더니 다음부터는 이렇게 아프면 약국에 가서 타이레롤 하나 사 먹으면 되니 병원에 오지 말라며 진료비가 특별진료비가 붙어 상상외로 많이 나았다. 속으로 창피도 하지만 늙어가는 마당에 세상에 믿고 의지할 사람이 마누라 밖에 또 누가 있으라 하는 생각으로 위로하며 큰 병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다독거려 주었는데 가을이 되니 또 병이 돗은 모양이다.

 

재수가 없어서 그런지, 무릎이 아프다며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을 데리고 독감 백신 주사를 금요일 오후에 접종했는데 토요일 오전부터 열이 나고 아프다며 끙끙 알아 누었다. 내 생각은 몸이 안 좋은 데다 예방접종을 해서 그런 것 같아 예방접종을 한 병원으로 가라고 했더니 고집이 자기가 가고 싶은 병원으로 가 진찰을 받은 결과 어데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큰 병원으로 가란다고 소개장만 한 장 들고 왔다. 그러다 보니 일요일이 끼어 4일 차 되는 날 좀 큰 병원에 진찰하고 무릎 아픈 약이라며 약을 받아 왔는데 그 약을 먹고 난 다음부터 피 오줌이 나온다며 더 요란스러워진다.성질이 난 나는 모른 척하고 있는데 이웃에 사는 두 딸들이 오가며 병원을 데리고 다닌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신경을 건들지 않으려 피하며 몇 날을 보내고 나니 이 병원 저 병원 자그마치 5군데나 다니면서 진찰비만 몇 십만 원 해 먹었다고 불맨 소리를 한다. 병원에 다닌 최종 결과는 무릎 연골에 상처가 난 것으로 판명 낫다. 돈이야 얼마나 들어갔던 큰 병이 아니라니 마음이 놓이면서 이제는 마누라도 좀 챙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식구는 개성도 강하며 일에 욕심이 많아 이 번 가을에도 고구마 농사를 지어 판매하는데 10kg 박스로 300 박스가 넘는 고구마를 혼자 주물렀으니 병이 날만도 하다. 우리 부부는 곰탱이 부부인 모양이다. 나는 혼자 그 많은 고구마를 다 캐냈으며 마누라는 박스에 선별해서 담아 판매했으니 미련하여도 한참 미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핑계가 이런 것이 행복이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왜 그리 멍청한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돈이 아쉬운 사람들도 아닌데---

 

마누라가 아프다고 법석을 떨어도 젊어서는 나 몰라라 했는데 나이가 들으니 철이 드나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 무릎에 좋다는 우슬을 내 손으로 깨다 주기로 마음먹었다. 지난여름 내 밭 주변에 있는 우슬을 눈여겨봐 두었는데 며칠 전 혼자 한 자루를 캐다 손수 손질하여 말려 놓고 이 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그제 산책을 하다 철길 뚝 밑에 오래된 크고 좋은 우슬 덩굴을 발견하여 오늘 다시 캐러 나갔다.

 

년은 겨울이 유독 따뜻하여 크리스마스가 지났는데도 눈이 오지 않고 비가 왔다. 땅이 얼기 전 우슬을 캐 온다니 마누라도 같이 가겠다고 따라나서 진눈깨비를 마지며 우슬 한 자루를 캐 가지고 나와서 보니 옷에 잔뜩 달라붙은 도둑놈가시(우슬 가시)를 서로 바라보면서

 

참 못 말리는 부부다. 이것이 뭐라고 추운 겨울날 진눈깨비를 마지며 캐고 있으니 하니 마나님 왈

그러니까 같이 살지 하며 맞장구를 친다.

지난번 캔 것과 오늘 캔 것을 합치면 우리 부부 2년은 우슬차를 마실 수 있을 것 같단다. 무릎이야 낮던 말 던 같이 동행한다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한 겨울에 추위도 모른 체 냇물에 옷을 흠북 젹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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