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급한 마음에 욕실에서 수건을 꺼내다가 문틈을 막아 보았으나 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테이프로 물이 나오는 곳에 붙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선미야 약상자 넣어두는 곳에서 테이프와 가위 좀 가지고 와 봐.” 하고 소리치자 선미는 정신없이 테이프와 가위를 찾아왔으나 물이 묻어서 그런지 아니면 문 틈새에서 들어오는 물 수압이 강해서 그런지 문틀에 테이프가 붙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물은 계속 들어와 거실로 퍼지며 방의 문틀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그러자 선미는 무슨 생각이 낫는지 제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책가방을 챙겨서 옷장 위에다 올려놓는다.
그런가 하면 제 학용품이나 책들이 물에 젖지 않도록 챙기는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다.
그래도 학생이라고 제 책과 학용품을 먼저 챙기는 딸의 모습이 어미로서는 자랑스러웠다.
나와 언니는 현관으로 들어온 물을 퍼내기 위하여 플라스틱 통에 바가지로 퍼 담아 정신없이 싱크대에다 붙는 데 아무리 퍼다 붙어도 집안의 물은 점점 불어났다.
그래서 물 퍼내는 것을 포기하고 선미와 같이 물에 젖지 않도록 옷가지를 챙겨 옷장이나 냉장고 위와 책상 위 등 조금 높은 곳으로 옮겨 보았으나 점점 불어오는 물을 피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언니도 처음에는
“물~, 물이 들어오네.” 하면서 물 퍼내는 것을 도와주더니 자기 물건과 어머니 물건이 물에 젖지 않도록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물이 흘러 들어오다 말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옷가지 등 살림 도구가 물이 젖지 않도록 옷장이나 책상 위로 옮겨 놓았다.
이런 와중에도 텔레비전에서는 노랫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나는 KBS1 방송으로 채널을 돌리자 재난방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재난방송은 비가 계속 퍼부어 일부 저지대는 침수 피해가 우려되고 있으니 주민들은 비 피해가 나타나지 않도록 대비하라는 방송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 옷가지와 이부자리 등 젖으면 안 되는 것들을 높은 곳으로 옮기다 도대체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여 주방 옆의 커튼을 들춰보니 밖에 비가 얼마나 퍼 붙나 가로등 불빛이 잘 보이지 않았으며 빗물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렸으며 역시 이곳도 창틀로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궁금하여 다시 방으로 들어가 커튼을 걷어 보니 비닐로 처진 창문 밖으로 물이 흘러가는 것이 희미한 불빛으로 보이는데 지하 주차장으로 물이 흘러 들어가는 모양이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빗물이 하천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역류하여 현관으로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과 ~
그러면 화장실이나 하수구 통으로도 물이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화장실에 가서 보니 화장실 바닥 배수구 구멍에서 물이 올라오고 있다.
나는 급하게 세수수건으로 막아 보았지만 잘 막히지 않아 대충 막고 그 위에 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 수건으로 막은 배수구 구멍 위에 올려놓았다.
미친 사람처럼 이리 갔다 저리 갔다가 하면서 생각해 보니 이렇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119 구조대 생각이 떠올랐다.
급하게 119에 전화를 걸었으나 계속 통화 중만 걸리며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하라는 멘트만 흘러나왔다.
머릿속에 우리 집뿐이 아니라 다른 곳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선미와 둘이 계속 119에 전화하다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경찰서인 112에 전화를 걸어도 역시 112도 똑같은 대답만 흘러나왔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구조대의 요청은 안 되는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이웃 사람의 도움을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라 이웃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생각해 보니 전화번호를 아는 이웃이 하나도 없었다.
내가 이곳에 이사 와서 매일 아침 일찍 직장에 나가 늦게 들어오고 쉬는 날이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집에서 쉬든지 아니면 선미와 언니를 데리고 쇼핑이나 공원으로 산책이나 나다니다 보니 이사 온 지가 5년이 다 되었지만 가까이 지내는 이웃이 하나도 없었다.
고작 얼굴을 아는 사람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면서 출퇴근 때 만나면 서로 고개만 끄덕이고 다녔으니 자주 만났든 사람도 연락처는 그만두고 어느 집에 살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물은 점점 불어와 발목까지 차오르고 있다.
누구에게 구원을 요청할까? 하던 중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보험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 생각이 떠올랐다.
급하게 친구에게 전화를 걸자,
친구는 속도 모르고
“은실아 무슨 일이야?” 하면서 태평하게 전화를 받는다.
“미영아! 나 좀 살려 줘?”
나는 밑도 끝도 없이 살려 달라고 소리부터 쳤다.
그래서 그런지 저쪽에서도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무슨 일 있어?” 하며 소리친다.
“우리 집이 반지하인데 지금 현관으로 물이 들어와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데 현관문이 까닭도 안 하고 창문으로 나가려고 해도 방범창이 너무 단단하여 뜯을 수가 없어.” 하며 당황하는 목소리로 말하자
“119에 전화해 봤어.”
“119도 전화를 받지 않고 112도 전화를 받지 않아.”
“알았어,
내가 119에 받을 때까지 전화할 테니 우선 그쪽이나 비 피해가 없게 잘해.”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대로 물에 빠져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겹치며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해도 전화번호를 아는 이웃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리를 굴리는데 혹시 어머니는 이웃 사람들을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빗물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들 가게 하려고 몸부림을 치며
“선미야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집으로 물이 들어오는 데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이웃 사람에게 구해주라고 연락 좀 하라고 해”하며 소리치자
“엄마, 알았어.” 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선미가 어머니에게 울면서 제 핸드폰으로
“할머니 집으로 물이 들어오는데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하자
“아가, 왜 울면서 말을 해
현관문이 왜 안 열려.” 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응, 현관문을 열려고 해도 물이 차서 열리지 않아”
“비가 그렇게 많이 왔어,
이를 어찌하나, 소방서에 연락해 봤어.”
“소방서와 경찰서에 신고해도 전화를 받지 않아.” 하면서 처음에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하더니 나중에는 엉엉 울면서
“할머니 구해주세요. 물이 방에까지 들어오고 있어요.” 하자
“아가 울지 말아,, 내가 다시 소방서에 연락해 볼게,”
“소방서와 경찰서에 전화가 안 돼요.” 하자 다급한 목소리로
“어서 전화 끊어라. 내가 이웃에 사는 친구한테라도 연락해 볼게.” 하면서 전화를 끊는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실이 언니는
“물, 물~” 소리치면서 재미있는 표정으로 뛰어다니면서 자기 물건을 젖지 않게 챙긴다고 눈이 휘둥그레한 채 이쪽저쪽으로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거실 쪽 커튼을 뜯어내고 창문 쪽으로 탈출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커튼을 걷어치우고 창문을 바라보니 이 집은, 전에 살던 집과 달리 방범망이 어린아이들 팔뚝같이 두꺼운 사각으로 된 쇳덩이로 되어 있었다.
흙탕물이 튀어 들어오는데도 창문을 한쪽으로 밀치고 망치를 찾아다 방범창을 두드려 보니 소리만 요란하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러는 사이 빗물만 더 흘러 들어왔다.
다시 창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가 커튼과 창문에 처진 비닐을 뜯어내고 살펴봐도 이곳도 거실 쪽과 똑같았다.
그리고 비가 얼마나 오나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경사면으로 물이 흘러가는 모습이 가로등 불빛에 시냇물이 흘러가는 것 같이 보였다.
그래서 화장실 쪽으로 가서 살펴봐도 역시 이곳도 방범창이 단단히 되어 있었으며 환풍기 밖에도 방범망이 튼튼하게 설치되어 있다.
화장실에 있는 창문으로 주차장 쪽을 바라보니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물에 잠기고 있었다.
붉은 주마등 6에서 계속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