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붉은 주마등 6

日陵 2025. 10. 6. 14:08

 

 

그러는 사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은실아 이를 어쩐 다냐!

소방서는 연락이 안 되고 2층에 사는 친구한테 부탁했는데 자기 아들을 내려가 보라고 한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 봐.”

“알았어!

엄마, 나 정신없으니까 전화 끊을게.”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잠깐 정신을 가다듬으면서 언니와 선미를 바라보니 모두 옷이 물에 흠 북 젖어있고 얼마나 뛰어다녔나 얼굴에까지 물이 튀어 배겨 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때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은실아~

지금 119에 신고가 되어 곧 출동한다니까 조금만 기다려 봐.” 했다.

응 고마워

지금은 어때?”

물이 종아리 가까이 올라오고 있어.”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대로 119만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언니 우리 창밖에 대고 살려 달라고 소리 지르자

선미도 이리 와.”하며 창문 쪽으로 데리고 가

살려주세요.”

사람 좀 살려주세요.”

사람이 물속에 갇혀 있어요.”라고 반복하여 세 사람이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또 질러댔다.

그러자 어데서 나타났는지 남자 두 사람이 창밖에 얼씬거렸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고 창문 안을 들여다보며 방범창을 잡아당겨 보면서 분주하게 왔다 갔다가 하더니

방범창이 너무 단단해서 끄떡도 하지 않는데. 망치로 부숴 버려야 할 것 같아.”

그럼 내가 망치를 가져올게.” 하고 소리치더니 한 사람이 사라졌다.

그러다 사라 젖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자 망치를 가지고 온 것인지 조금 있다 망치로 방범망 내리치는 소리가 꽝 꽝 몇 번 울리더니 갑자기

물이 너무 밀려오네.”

어서 피해, 위험해.” 하더니 망치 소리가 멈추었다.

그래서 바라보니 그 사람들의 허벅지까지 물이 차올랐으며 계속 불어나나 창문 유리로 흙탕물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보이면서 창틀 사이로 물총을 쏘는 것 같이 물이 새어 들어왔다.

 

지금까지 현관문 틈과 하수구에서만 나오던 물이 이제는 창문틀에서도 흘러 들어왔다.

밖에도 물이 밀려와서 그런지 밖에서 움직이던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혹시 우리 집 옆으로 흐르는 하천의 상류에 있는 저수지가 터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수지가 터져 하천이 범람하지 않는다면 물이 이렇게 많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우리 집 옆으로 흘러가는 도림천은 관악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인데 내가 가본 관악산 계곡 쪽에는 물이 고여 있는 커다란 저수지나 호수를 본 기억이 없었다.

호수라고 한다면 서울대학교 옆에 있는 관악산 호수공원이 하나 있기는 한데 그렇게 크지 않았으며 설마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 옆에 있는 호수공원이 터질 리가 없을 것 같았다.

혹시 터져다 해도 그물이 우리 집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는 못 될 것 같았다.

 

방 쪽 밖에서도 지하 주차장으로 흘러가는 물소리가 쿨쿨하고 들려왔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져도 단단히 벌어진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다 창문까지 물이 넘실거리자 기가 질려 멍한 체 창문만 바라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어머니였다.

은실아~

은실아~

이를 어찌한다느냐, 친구 아들과 아저씨가 창문까지 갔다가 물이 골목에서 쏟아져 들어와 방범창을 뜯어낼 수가 없어, 그냥 올라왔다고 한다.

내가 다시 소방서로 연락할 테니 선미와 언니를 잘 보살펴라.” 하면서 당황하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조금 전 밖에 보였던 두 사람의 남자가 어머니 친구가 보낸 사람인 모양이라며 넋을 놓고 있는데 또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친구 목소리였다.

은실아 ~

이를 어쩐다니, 소방서에서 출동했다가 골목에 물이 가득 차 현장까지 차가 접근하지 못하고 되돌아왔다잖아.

물이 빠지는 대로 다시 출동한다니까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알았어, 고마워하면서도 구원받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란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불안에 떨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언니는

은실아 나 배고파.”하며 밥 타령을 한다.

그러고 보니 아직 저녁 밥을 먹지 못한 상태였다.

맛있게 밥을 먹겠다고 열심히 오징어볶음을 만들다가 이 난리가 나서 밥 먹는 것을 까마득하게 잊은 것이다.

그래 언니 우리 밥부터 먹자.”

아무리 급해도 밥은 먹어야 힘이 있어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미도 배고프지?” 하니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까닥 그린다.

 

주방에는 아까 해놓은 밥과 오징어볶음이 아직 따뜻한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빠른 시간에 먹으려고

언니 우리 큰 그릇에다 오징어볶음으로 같이 비벼서 먹자.” 하자

그래 비벼서 먹자.” 했다.

 

정신없이 제법 큰 양재기를 찾아 오징어볶음을 붙고 그 위에 밥을 퍼서 뒤적거려 세 사람은 흙탕 물속에 서서 내가 들고 있는 양재기 밥을 정신없이 퍼먹었다.

옛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더니

지금 우리는 죽을 때 죽더라도 실큰 먹고 죽어야겠다.’라는 식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도 배가 되게 고팠나 정신없이 퍼먹었다.

하긴 아침 일찍 출근하여 점심이라고는 가벼운 분식으로 때웠으며 날씨가 구질구질하다 보니 평소보다 만난 손님은 적었지만 온종일 서성거리며 보냈으니 배도 고플 만했다.

처음 그릇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먹어 치우고 다시 남은 밥마저 비벼서 먹었다.

금실이 언니는 밥을 먹고 나자 아무런 걱정이 없는 듯

은실아, 오징어볶음 맛있게 먹었다. 우리 내일 또 해 먹자.”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정신없이 밥을 먹는 사이 현관문과 창틀에서는 물이 계속 흘러들어 와 이제는 정강이 가까이 차 올라왔다.

머릿속에 물이 전원코드까지 차면은 합선이 되어 물속으로 전기가 흐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자

갑자기 감전되어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언니와 선미를 식탁 의자 위로 올라가라고 하자 처음에는 이유를 몰라 선미가

엄마 왜 의자로 올라가?” 하며 묻는다.

응 전기가 물에 다면 합선이 되어 감전될 수 있어서 그래.”하자

감전~?” 하며 의자로 올라갔다.

 

그러자 언니는

감전이 뭔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언니, 감전은 굉장히 무섭고 아픈 거야, 빨리 올라가야 해. 안 그러면 큰일 나하자

나 올라가는 거 무서운데.” 하며 망설인다.

그래서 나는 의자 두 개를 붙여서 불안하지 않도록 하고 올라가도록 했으나 뚱뚱하고 몸이 둔한 언니는 쉽게 의자에 올라가지 못하고 뒤뚱거려 아예 식탁으로 올라가도록 도와줬다.

 

그러고 보니 감전이 되면은 바로 합선이 되어 전등불이 나갈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선미야 핸드폰이 물에 젖지 않게 조심해서 가지고 있어, 혹시 불이 나갈 줄 모르니까?

전등불이 나가면 핸드폰에 있는 전등불을 켜고, 있어야 하니까?” 하는데 정말로 전등불이 나가며 갑자기 암흑으로 변했다.

 

그러자 언니가 당황한 목소리로

은실아~ 무서워, 얼른 불 켜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언니 불을 켤 수가 없어.”

왜 불을 못 켜. 스위치를 올리면 되잖아

안돼, 전기가 나가서 안 되는 거야.”

그럼 내가 킬까?” 하며 내려오려고 한다.

나는 당황하며

언니, 내려오면 안 돼.

선미야 얼른 핸드폰 전등을 켜 봐.” 하자 선미가 핸드폰의 전등을 켜자 핸드폰의 희미한 전등이 유일한 우리 집안의 불빛이 되었다.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지나간 것 같은데 벽에 걸려있는 시계는 고작 저녁 9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요란하게 몸부림쳤는데 기껏 30분 남짓 흘러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은 점점 불어나 이제는 의자 위에까지 넘실댄다.

희미한 핸드폰 전등불에 비친 거실은 쓰레기통의 각종 비닐봉지와 옷가지나 종이가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지저분한 항구의 해변에 바닷물을 따라 출렁이는 쓰레기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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