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붉은 주마등 9

日陵 2025. 10. 9. 18:37

 

 

그런데 언니는 그 생각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때 어머니는 산소 앞에 펼쳐져 있던 공장지대와 그 너머에 있는 갯벌을 넋이 나간 모습으로 바라보시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자기가 신혼 초 젊은 시절에 살던 모습이 사라져서 넋을 놓고 바라본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 생각에서 넋을 놓고 바라본 것인가? 알 수는 없지만 한참 동안 그런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줬다.

 

그때 언니가

엄마 뭘 봐.” 하자 깜짝 놀라며

, 아냐~” 하시면서 우리를 바라보며 시치미를 띄고

우리 준비해 온 음식이나 먹자.” 하시던 모습이 스쳐 갔다.

 

산소에서 성묘를 끝낸 어머니는 근방에 친척 집인 큰아버지 집이 있는데 인사도 가지 않고 새로 개발된 항구 주변을 우리와 같이 거닐다 포구에 있는 해물탕집에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서울로 이사 와서 큰집을 찾아간 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간 것 이외는 없는 것 같았다.

 

해물탕집에서 우리 세 모녀는 처음으로 어리굴젓 비빔밥을 먹었다.

그때 언니는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자기 것을 다 먹어 치우고 어머니 것을 뺏어 먹었었다.

 

나는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나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기억을 언니가 하고 있다니 하는 생각에 언니가 산소에 간 것을 기억하는지 아니면 산소에서 내려와 갯벌을 거닐다 어리굴젓 비빔밥 먹은 기억을 하는지 궁금하여

언니

아버지 산소에 갔을 때 어떤 것이 기억나?” 하고 묻자 언니는 서슴없이

산소 갔다 바닷가에서 비빔밥 먹고 왔잖아. 너는 기억 안 나?” 한다.

역시 그 비빔밥이 맛있었나 보다.

나는 시치미를 띠고

비빔밥이 그렇게 맛있었어. 나는 기억이 없네.” 하자

어이구 바보. 그것도 기억이 안 나?” 하며

그것을 기억한 자기가 대단하다는 표정이다.

 

이렇게 언니와 두 사람만 대화하니까 선미가 끼어들었다.

엄마, 나는 왜 안 데리고 갔어?”

, , , 선미야 그때 너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야.

내가 결혼하기 전이니까?”

그랬구나. 나는 나만 모르게 갔다 온 줄 알았지.” 하면서

세 사람은 서로 바라보면서 웃었다.

 

언니 또 다른 것 생각나는 것 없어?” 하자

글쎄~” 하는데 선미도 끼어들고 싶은지

엄마 우리 지난봄에 롯데월드에 갔었잖아?”

그래, 롯데월드에 갔었지?”

그때는 재미없었어.”

아냐, 재미있게 돌다 왔잖아.”

그러면 왜 그 이야기는 안 해.”

네가 이야기하면 되잖아, 뭐가 재미있었어.” 하자

 

언니도 생각난 듯

그래, 롯데월드 재미있어.” 한다.

지난 어린이날을 전후하여 아빠가 없는 선미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하여 온 가족이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 어드벤처로 가족 나들이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 아직 선미도 어리고 언니가 무서움을 타 실내만 관광하고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생각이 났나 선미는

신드바드의 모험이랑 플룸라이드에서 쥐라기 시대로 여행 간 것들이 재미있었잖아.” 그러자 언니가

그래 나도 생각났다.

나는 그때 자동차를 타고 서로 부닥친 것이 더 재미있었는데.”

그려, 그때 언니는 선미하고 타고 엄마는 나랑 탔지.” 하며 맞장구를 치다 보니 모두 물속에 갇혀 있다는 것은 있었나 얼굴에 미소가 흘렀다.

언니 내년에 또 갈까?”

그래 우리 엄마 병원에서 나오면 또 가자.” 하자

 

선미는

엄마,

친구들은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를 다 다녀왔다는데 우리도 애버랜드 한번 가면 안 돼.” 해서

그럼 내년에는 애버랜드로 갈까?” 하자 언니가

애버랜드는 어디야.” 한다.

그러자 선미가

이모, 애버랜드는 롯데월드보다 더 좋아.”

그래 그럼 애버랜드로 가자. 은실아 우리 애버랜드로 가자.” 해서

그래 언니 내년에는 애버랜드로 가자.” 하면서 생각해도 이곳에서 잘 나갈 수 있을지 불안했다.

 

그러나 일단 불안에서 떨고 있는 모습은 벗어난 것 같아 내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렇게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동안 물은 점점 더 차올라 이제는 우리가 앉아 있는 곳까지 거의 올라왔으며 천장 높이 삼분의 일 가까이 차 올라왔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풀장에서 발을 물에 담그고 걸터앉은 모습을 하고 있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도 물은 계속 올라오고 있었으며 밖에 비는 그치지 않고 퍼 붙어 대는지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20cm 남짓 물 위로 드러나 있는 창문 밖으로 뿌려대고 있었다.

하늘이 노한 것인가?

아니면 성경에서 나오는 노아의 홍수란 말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하는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선미는 아까 이야기하던 롯데월드를 생각하고 있나 모르지만,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이렇게 천진난만한 선미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나의 어린 초등학교 다닐 때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갯벌이 펼쳐져 있는 갯마을로 학생이라야 한 학년이 20명 남짓 되는 어촌마을 학교였다.

이 학교도 우리 마을에서 약 2km 정도 떨어져 있었다.

금실이 언니가 지적 발달장애인이라 제 나이에 학교에 들어갔다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3년 후에 내가 학교에 들어가자 다시 다녀 나는 언니와 같이 같은 학년 같은 반에 다녔다.

 

금실이 언니는 평소 먹는 것을 통제할 수가 없어 다운증후군이란 특수 질환으로 본래 키도 크지 않았는데 살이 찌어 뚱뚱하니 둥글둥글한 조선 무 같이 생겼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학년은 물론 선배들이나 후배들도 틈만 있으면 언니를 놀리곤 했다.

이렇게 친구들이 언니를 놀리면 나는 창피한 생각이 들어 같이 다니는 것이 싫었으나 언니를 싫어한다고 아버지나 어머니로부터 많이 혼나 꼭 같이 붙어 다녔다.

 

우리 마을에서 나와 같은 학년에 7명의 학생이 이었다.

남학생이 3명이고 여학생이 언니를 포함해서 4명이었는데 남학생 중에 덕수라는 학생은 어머니가 없었으며 아버지가 할아버지와 같이 나이가 많으신 어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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