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붉은 주마등 11

日陵 2025. 10. 11. 07:20

 

창밖에 있는 물의 높이는 우리가 있는 공간과 비교해 볼 때 우리가 지금 있는 곳에서 일어서 있다면 머리가 천장에 닿는 데 그보다는 높지 않았다.

천장이 창틀의 높이보다 20cm 정도 높았으며 창틀 밖에서 출렁거리는 물은 창틀 윗부분보다 20cm 정도 낮게 보였다.

그렇게 보면 창틀 밖의 물 높이만큼 집안으로 물이 들어온다 해도 우리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40cm 정도가 남아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렇다면 서서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구조대가 나타날지 모르는데 무한정으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물에 갇혀서 있기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면서 싱크대 주변을 불빛으로 비춰보니 우리가 앉아 있는 머리 위의 싱크대 상부 장이 눈에 들어왔다.

 

상부 장의 문에 매달려 있으면 서서 버티는 데 힘이 덜 들 것 같고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상부 장의 문을 열고 내 힘껏 문을 당겨보니 제법 단단하게 붙어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을 방법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끈으로 양손을 묶은 다음 상부 장의 문을 열고 팔을 걸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양손을 묶은 끈을 생각해 보자 우리 집 어디에 끈이 있는가?

알 수도 없고 집 어딘가에 끈이 있다고 해도 물이 내 가슴까지 차 있는데 쉽게 찾아올 방법도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끈에 대한 생각을 골몰하고 있는데 언 듯 머릿속에 여자들의 블라우스나 치마 같은 것을 찢어서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다 남자들이 매고 다니는 넥타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 집은 남자가 없고 여자만 사는 집이 아닌가?

이렇게 넥타이 생각을 하자 갑자기 내가 목에 걸고 다니는 스카프나 신고 다니는 긴 스타킹이 떠 올랐다. 스타킹은 부드럽고도 질겨 안성맞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난 것이다.

 

스타킹을 생각하자 스타킹이 들어 있는 장식장은 지금 우리 발밑에다 없어 놓고 그 위에다 다른 물건을 올려놓고 그 위에 있으니 물속에 잠겨있는 장식장 미닫이를 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미치자 난감했다.

그럼, 스타킹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스카프나 얇은 머플러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스카프나 머플러는 여자만 사는 우리 집에 많이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어머니와 언니의 스카프는 몇 년 전 내가 중국 여행을 갔을 때 선물로 사다 준 비단으로 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비단 스카프는 두껍지도 않고 질겨서 쉽게 끊어지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난 것이다.

 

그래서 언니에게

언니, 내가 언니 방에 가서 스카프를 찾아올 게 선미랑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 하니까

스카프로 무엇을 하게?” 하며 묻는다.

찾아온 다음 알려줄게.” 하고 굽이 가슴까지 차 있는 더러운 흙탕물을 헤치며 방으로 들어가는데 물속에 잠겨있는 물건들이 몸과 발에 걸렸으며 방문도 물이 차서 쉽게 열리지 않았다.

 

몸부림치며 방문을 열어 놓고 들어가 잘 열리지도 않는 어머니 옷장을 열어 보니 문짝 안쪽에 스카프가 물에 둥둥 떠 있는 채로 옷장 문짝에 잘 정돈되어 걸려있었다.

나는 핸드폰 불빛으로 비춰보고 비단으로 된 부드럽고 얕은 것을 세 개 골라 서 다시 허우적거리며 나왔다.

 

핸드폰 전등불로 상부 장의 문을 비추며

언니 잘 들어. 선미도 잘 듣고하면서 설명을 시작했다.

물이 자꾸 많아지니까 우리가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면 일어서서 있어야 하는데 일어서 있으려면 물속이라 미끄러질 수도 있고 또 오래 서 있는 것도 힘이 들 테니까 힘이 덜 들게 내가 머플러로 양쪽 손을 묶어 줄게.

물이 목까지 차 올라오면 일어서서 묵인 양손을 이 상부 장의 문에 걸고서 서 있을 거야.” 하자

언니는

왜 거기다 손을 걸고 서 있어, 그냥 서 있지?” 한다.

오랫동안 그냥 서 있으려면 힘이 들고 잘못하면 넘어져 물에 빠질 수 있어서 그런 거야.” 하자 언니는 고개를 꺄우뚱거렸다.

 

그래서 나는 다시

여기에 걸고 서 있으면 구조대가 올 때까지 힘이 덜 들고 오랫동안 서 있을 수 있어서 그런 거야.” 하면서

그럼 선미부터 해 줄게.” 하면서

나는 선미의 손목을 양쪽으로 묶은 다음 일어나라고 해서 상부 장의 문에 걸치고 서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랬더니 그때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았어, 그렇게 할게.” 하고 언니가 대답하며 손목을 묶어 달라고 내밀었다.

 

선미와 같이 언니의 양손도 묶어 일어서서 상부 장의 문에 걸어보도록 한 다음 내 손은 선미의 도움을 밭아가면서 묶었다.

그리고 나도 일어서서 묶인 손을 상부 장의 문에 걸어 보니 나는 키가 커서 똑바로 설 수가 없고 조금 구부정하니 서 있어야 했다.

 

이러고 있는 사이 선미의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어머니였다.

엄마하자

아직도 구조대가 안 왔냐?”

, 아직 아무런 연락이 없네.”

지금 물이 얼마나 찾아.”

내 목 가까이 차서 우리는 지금 싱크대와 식탁 위에 올라가서 피하고 있어.”

알았다. 내가 119에 다시 연락해 볼게, 잘 버티고 있어.” 하며 전화가 끊긴다.

밖에는 비가 그치는지 창문으로 뿌리는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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