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마을 사람들은 덕수 아버지의 고향은 북쪽으로 6·26 때 남쪽으로 피난 나와 서울에서 혼자 장사하며 살았는데 어느 날 우연히 길가에서 시골에서 올라온 젊은 여자 비렁뱅이를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그때 그 비렁뱅이가 하도 불쌍하게 보여 도와줬더니 계속 따라다녀서 이것이 인연이 되어 같이 살게 되었으며, 여기서 태어난 아들이 덕수인데 덕수가 태어날 때 아버지 나이가 70살이 넘었다고들 했다.
그러니까 덕수는 아버지가 70살이 넘어서 낳게 된 늦둥이라고 사람들은 덕수를 칠순 동이라고 불렸다.
덕수 어머니는 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많은 젊은 여자였는데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덕수가 어렸을 때 죽었다고 했다.
그러나 한참 뒤에 알은 일이지만 사실은 덕수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젊은 여자와 아들까지 낳게 되자 집에서 본부인과 아들들이 싫어하여 집에서 나와 따로 살림을 차리고 살다 부인이 죽자 어린 아들을 데리고 우리 마을로 왔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확실히 알지 못했다.
덕수 아버지가 어린 덕수를 데리고 우리 마을로 이사 와서 조그마한 야산을 하나 장만하여 집을 짓고 농토를 개간하여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있었는데 배움이 많아서 그랬는지 마을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어려운 일을 잘 처리해 줘서 어촌마을인 우리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덕수는 엄마가 없었는데도 우리 학교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학생으로 선생님들로부터 귀여움을 많이 받는 학생이었다.
이런 덕수와 나는 친구가 되어 언니와 같이 늘 학교를 같이 다니다 보니 남학생이지만 다른 여자친구보다 더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내가 선미와 같이 어렸던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그날은 여름 방학을 하던 날로 기억하고 있는데 학교가 일찍 끝나 집으로 돌아오고 있을 때였다.
같은 마을에 사는 우리는 7명이 같이 집으로 오고 있었다.
그때 남학생 둘이 뚱뚱한 금실이 언니가 뒤뚱거리며 오는 모습을 보고
“금실은 펭귄인가 봐.” 하면서 뒤뚱거리는 펭귄 흉내를 내며 놀렸다.
언니는 자기를 놀리는 줄도 모르고 빙그레 웃기만 하는 데 나는 언니를 놀리는 것이 기분 나빴다.
그래서 나도 그중에 조금 뚱뚱한 아이를 보고
“그럼 너는 돼지냐?” 하면서
“꿀, 꿀, 꿀.”하고 돼지 흉내를 내자 그 애는
“이것이 까불어.” 하면서 나를 발로 찾다.
이렇게 해서 우리 둘이 싸움이 벌어지자 언니를 놀려 대던 다른 남학생 한 명이 나랑 싸우는 남학생 편을 들었다.
이것을 보고 있던 덕수가 내 편을 들어 줘 우리 네 사람은 서로 뒤엉켜 싸움한 적이 있다.
이때 옆을 지나가던 어른이 안 말렸으면 싸움은 쉽게 끝나지 않았을 것인데 마침 길을 지나던 어른이 싸우는 것을 보고 혼을 내서 그만둔 적이 있다.
이런 사건이 있은 다음부터 나는 나를 도와준 덕수를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그때부터 우리가 언니 때문에 특수학교가 있는 서울로 전학을 올 때까지 나와 언니 그리고 덕수가 늘 붙어 다녔다.
이처럼 덕수 생각이 떠오르자 갑자기 그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뒤에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그 아이가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자 뒤에서 보살펴 줄 사람이 없게 되었단다.
그때 덕수 담임 선생님은 아들이 없는 분이었는데 덕수가 공부도 잘하고 심성이 착하게 보이자 자기네 집으로 데려다가 고등학교에 진학시키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었단다.
그런데 그 소문이 마을로 퍼지자 마을 어른들은 담임선생이란 사람이 덕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재산에 욕심이 생겨 덕수를 수양아들로 삼으려고 한다며 담임 선생을 의심하는 소문이 돌았단다.
그러자 담임은 착하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안쓰러워 자기가 데리고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시키려 했던 생각을 바꾸고,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돈이 들어가지 않고 학교에 다닐 수 있고, 또 졸업과 동시에 군대의 부사관으로 임용될 수 있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경상도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도록 추천했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
그 학교는 공부만 잘하면 국비로 해외 유학길도 열려 있어 가난하면서 공부를 잘하는 시골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학교라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고등학교라고 들었는데 아마 덕수는 심성도 착하고 공부도 잘하던 학생이라 지금쯤 잘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멍하니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금실이 언니가
“은실아~ 나 오줌 내려.” 한다.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언니 옷에다 그냥 눠. 물속이라 괜찮아”하자 별수 없다는 듯
“그래~.”하는데 정말로 소변을 보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물은 계속 들어와 이제는 높은 곳에 앉아 있는 우리들의 배꼽까지 차 있었다.
만약 우리가 높은 곳을 만들지 않았으면 언니나 선미의 가슴까지 찰 정도로 물이 들어왔다.
이러다 완전히 우리 머리까지 물이 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밖으로 출렁이는 물의 높이를 보면 충분히 우리를 물속에 잠기게 할 것 같은데 아직도 우리를 구해준다는 소식은 없었으며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러다가는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뿐이 없을 것 같았다. 공포에 질려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발버둥 쳐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서 그런 것인지 언니와 선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우는 소리도 멈추고 조용히 나만 바라보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앉아 있는 우리의 목까지 물이 찰 것 같다. 그러면 일어서서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분명 119에 연락이 되었다니까 도로에 물만 빠지면 곧바로 구조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