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가출 문제로 갈등을 느끼고 있는데 여름 어느 날 국어 시간에 조는 학생이 많아서 그랬는지 선생님은 수업을 멈추고 자기가 중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과 독서 이야기를 해 주신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집이 가난하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면서 학교에 내는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제때 내지 못하여 1년이면 몇 번씩 학교에서 쫓겨나곤 했단다. 이런 가난 속에 부모님이 어렵게 학교를 보내 주었는데 그 고마움을 모르고 마을에 사는 나쁜 친구의 꼬임에 빠져 중학교 2학년 때 교과서를 산다고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타다가 책은 한 권도 사지 않고 짜장도 사서 먹고 만화 뽑기도 하면서 다 써버린 적이 있었단다.
그래서 교과서가 한 권도 없이 학교에 다니다 보니 학교 성적이 형편없어 떨어지고 있는데도 부모님은 그런 것을 알지 못하고 학생은 학교에만 가면 다 공부를 잘하는 줄 알고 자기들 일만 열심히 하셨단다.
그러다 여름 방학 하던 날 사범학교에 다니던 이모가 방학이라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사범학교 다닌다는 티를 낸 것인지? 아니면 자기는 공부를 잘한다는 티를 내기 위한 것인지? 모르지만 나를 보자 통지표를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 줬는데 그때 미술이란 과목에 ‘가’가 있자
이모는 어머니를 부르며
“언니 동복이가 ‘가’가 다 있네.” 하고 큰 소리로 일렀다.
그러자 어머니는 지금까지 학교 성적에는 전연 관심이 없었는데 자기 동생이 ‘가’가 있다고 하자
“뭐 ‘가’가 다 있어.” 하면서 그날 이모가 돌아간 후 단단히 화를 내셨단다.
학교라고는 가본 적이 없는 어머니는 공부를 잘해서 사범학교까지 다니는 동생이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열심히 학교를 보내고 있는 자기 아들이 공부를 못한다고 하자 화가 나셨던 모양이다.
선생님이 그때 미술에서 ‘가’를 맞게 된 것은 2학년에 올라가서 한 학기 동안 한 번도 미술 시간에 미술 준비를 해간 적이 없었단다. 그러니 ‘가’를 맞는 것은 당연했단다.
그날 선생님은 어머니로부터 단단히 꾸중을 듣고 나서도 자기가 잘못한 것은 깨닫지 못하고 어머니에게 꾸중 들은 것에 대한 반감으로 통지표를 빡빡 찢어버렸단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있다 여름 방학이라 친척 집에 놀러 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같은 학년인 오촌 조카로부터 ‘집 없는 소년’이란 소설책을 빌려다 읽어 보게 되었단다.
그때 그 책을 읽으면서 내용이 너무 슬퍼서 울면서 몇 번을 읽었는지 모른다고 하셨다.
그 후 선생님은 자기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나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이겨 나가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선생님은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어려운 가정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끝까지 공부하여 대학까지 나와 지금 선생님이 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너희들도 힘들고 어려워도 꾹 참고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꼭 올 거라고 하시면서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도대체 그 책에 어떤 내용이 있길래 선생님이 울면서 몇 번씩 읽었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나도 그 책을 꼭 한번 읽어 보자고 단단히 마음먹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학교 도서실에 찾아가 ‘집 없는 소년’이란 소설책을 대여하다 읽어 보았다.
책을 빌려온 그날 밤 나는 밤새도록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 눈물을 흘리며 책을 읽고 있었다.
이것을 본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은실아 너 왜 책을 보면서 울어.” 하는 소리에 얼른 눈물을 훔치며
“책이 너무 슬퍼.”하자 어머니는
“그렇게 슬픈 책이 있어.”
“책 주인공이 너무 불쌍해.”하자 어머니는
“우리 은실이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다 있어.”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우리 어머니가 내를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갑자기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솟아올라 어머니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이나 엉엉 울은 적이 있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손으로 내 어깨를 쓰다듬으며
“은실아, 엄마가 정말 미안해
다른 엄마들같이 잘해주지도 못하면서 어려서부터 언니 보살펴 주라고 혼내기만 하고.” 하면서 우시는지 한숨을 내쉰다.
나는 엄마의 그 소리에
“엄마 내가 잘못했어.”
“아니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데?”
“엄마 나 사실 집을 나가려고 했어.” 하자 어머니는 놀랐는지 손이 움 짓 하더니
“은실아~
네가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런 생각을 했겠어.” 하며 혼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위로해 줬다.
“엄마 이 책을 읽다 보니 주인공은 나보다 훨씬 더 힘든데도 참고 열심히 살아가는데 나는 엄마도 있고 언니도 있는데~” 하며 훌쩍거리자
“우리 은실이가 이제 다 컸네.
은실아, 우리 힘들어도 지금까지 잘 버텨 왔잖아. 이제는 언니도 어려서보다는 봐주기도 쉽고
조금만 더 참고 살자. 엄마도 더 열심히 일할게.” 하시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후로 이 책을 읽고 또 읽어 세 번이나 읽어 보았다.
그러면서 나도 주인공 ‘레미’와 같이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비록 책에서 와 같이 부잣집 부모는 만나지 못할지언정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지금보다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도 더 열심히 하기로 다짐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선미가
“엄마 왜 아직도 소식이 없지?” 하면서 턱에까지 차오른 물을 피하여 일어서 상부 장의 문짝에다 양손을 걸친다.
그러자 지금까지 나만 응시하며 아무 말이 없던 금실이 언니도 선미와 같이 선미가 매달린 상부 장 옆에 있는 상부 장 문짝에다 손을 걸치며
“은실아 한 번 더 전화해 봐.” 했다.
“언니 이제 핸드폰이 통화가 안 돼.”
“왜 핸드폰이 안 돼?”
“핸드폰이 물속에 잠겨 불도 켤 수 없고 전화도 안 돼.”라고 대답하자
“그러면 우리 죽는 거야?” 하며 절망 섞인 소리를 한다.
나는 침착하게
“언니, 지금까지 잘 참았지. 조금만 더 참아 보자.
분명 119에 연락을 했고 밖에 비도 그친 것 같으니까 구조대가 곧 올 거야.”라고 위로했다.
나도 일어서서 상부 장의 문짝에다 묶어진 두 손을 걸었다
상부 장은 두 짝으로 언니는 몸이 뚱뚱해서 몸무게가 많이 나갈 것 같아 한쪽 상부 장에 매달리도록 하고
또 한쪽은 선미와 내가 문짝 하나씩을 잡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