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붉은 주마등 22

日陵 2025. 11. 8. 18:29

배꽃(梨花)

 

뒤에서 알은 일이지만 그것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하여 굿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후에도 할머니와 어머니는 몇 차례 더 가서 산재당 할머니로부터 점이라는 것도 보곤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간혹 장독대 앞에다 깨끗한 짚을 깔아놓고 그 위에 조그만 소반 상에다 촛불을 켜놓고 그 앞에다 하얀 쌀 한 그릇과 물 한 대접을 올려놓은 다음 두 손을 합장한 채 무어라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열심히 빌면서 기도드리는 것을 종 종 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이 토속종교인 미신이란 것을 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미신이란 말은 사용하지 않고 토속 신앙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때는 시골에서 많은 사람이 이렇게 토속 신앙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어떤 어려움이나 무서움을 느낄 때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찾곤 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서울에 올라와서 장애인인 언니를 보살피며 어렵게 살던 어머니는 이모가 권했다고 언니와 나를 데리고 마을에 있는 교회에 나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세 식구는 모두 교회에 적을 두고 있었으나 그리 열심히 다니지는 않았다.

특히 나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부터는 거의 교회에 나가지 않았고 어머니도 바쁘다는 핑계로 열심히 믿지 않았으며 간혹 교회에 행사가 있다든지 아니면 일요일 날 시간이 있을 때 언니와 같이 나가시곤 했다.

 

내가 교회에 다니다 그만둔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윤리 선생님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은 윤리 시간에 종교에 관한 단원을 가르치면서 종교란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을 믿음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하셨다따라서 종교란 믿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기독교 신자는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굳은 믿음이 있어야 진정한 기독교 신자가 될 수 있는 것이며, 불교 신자는 부처님이 계신다는 굳은 믿음이 있어야 진정한 불교 신자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종교인이 있는데 그중에서 제대로 믿음을 가진 신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특히 우리 같은 어린 학생들의 믿음은 진정한 믿음이라 할 수 없어 진정한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하였다.

진정한 신자는 죽음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나이가 많으신 어른들이나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병에 걸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이 믿는 믿음이 진정한 신앙의 믿음이라고 했다.

그분들은 위험이나 죽음에 직면해 있어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그 불안을 신에 의지하여 구원받기 위해 강한 믿음으로 신을 갈구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흔히들 어린 학생 시절에 하나님이 계신다, 계시지 않는다또는 귀신이 있다. 없다하고 다투는 경우가 있는데 하나님이 계시느냐? 계시지 않느냐는 그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며 귀신이 있다, 없다 하는 것도 그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어느 종교나 내세를 인정하고 있으며 내세가 없는 것은 종교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기독교나 불교는 내세가 있는데 내세를 인정하지 않는 유교는 참다운 종교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종교는 어떤 행위를 선과 악으로 나누어 선을 행하면 행한 만큼 득을 보고 악을 행하면 악을 행한 만큼 벌을 받는다고 되어 있단다.

즉 선을 행하면 내세에 가서 득을 보고 악을 행하면 내세에 가서 해를 받는다는 논리란다.

 

그러면서 우리 학생들은 아직 젊으니까 내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학생 때 종교를 하나씩 가지면 인성 발달에 좋은 영향을 미처 어른이 되어서 훌륭한 인격을 지닌 사람이 될 수 있다며 어느 종교든 하나씩 종교를 가지고 믿으면 좋다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때 어느 한 친구가

그럼 선생님은 믿으시는 종교가 있나요?” 하고 질문을 하자 선생님은 웃으시며

현재는 믿는 종교가 없는데.” 하자

그럼 신을 믿지 않으신다는 뜻인가요?”라고 질문을 다시 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나는 어떤 특별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이지 신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닌데.” 한다.

그럼, 선생님은 어떤 신을 믿나요. 혹시 우리 토속신을 믿고 계시나요.” 하자 웃으시면서

나는 나를 믿는 사람이지.”라고 했다.

그러자 다른 학생이

그럼 선생님은 선생님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지요?”하고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선생님은 웃으시며

내가 나를 믿는다는 것은, 내가 신이라는 뜻이 아니라 나의 정신을 믿는 사람이란 뜻이지.

여기서 정신(精神)이란 영혼이나 마음을 나타내는 말로 신()자는 귀 신자를 쓰고 있는데 내가 나를 믿는다는 것은 나의 영혼이나 내 마음을 믿는다는 뜻이지.

우리 인간의 마음은 그 사람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서 나타나는 행동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지요.” 하시며

 

선생님이 대학에 다닐 때 우연히 성철 스님의 수필집을 읽어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책에서 감명받은 글귀가 하나 있었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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