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에서 마음 놓고 살다 자신도 모르게 그물에 갇혀 버린 조형물의 멸치처럼
자기도 모르게 인생의 낙(樂)이 장애 아이의 덫에 걸린 어머니의 삶을 누가 알까?
화사한 천으로 가려진 커튼 밖에는 4월의 훈훈한 봄바람이 부는지 희미한 전등불에 비친 앙상한 나뭇가지에 하얀 백조처럼 아름다움을 뽐내는 백목련의 하얀 꽃 봉오리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으쓱하면서도 아름답게 흔들거리고 있다.
좀 뜸을 들이던 샛별이 어머니는
“내 아이가 장애인이란 것을 확실하게 안 것은 생후 8개월부터 알게 되었지요.
우리 아이는 위에 누나들이 셋이나 있는데 바로 위에 있는 누나와는 12살이나 차이가 난답니다.”
그러자 센터장이
“늦둥이인 모양이지요?” 한다.
“아마 지금같이 여자가 결혼을 늦게 하는 시대에서는 그리 늦둥이도 아닌데 그때만 해도 여자 나이가 40이 넘어서 아이를 낳으면 늦둥이라고 흉을 보는 사회였지요.”
“그려.” 하고 나이가 많은 이사장이 동조한다.
“이 아이는 내 나이 44살에 낳으니 창피하기도 했지만, 아들을 꼭 나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난 것이 아니겠어요.”
“그럼 임신 중에 아들이란 것을 알고 출산한 모양이네요.”
“지금은 임신 중에 태아의 성별 검사를 못 하게 되어 있지만, 그때는 아들 선호사상으로 비일비재하게 태아의 성별 검사를 하고 있었지요.” 하자
센터장이
“그래요,
우리 사촌 언니도 딸만 넷이 있는데 그다음 태아를 성별 검사한 결과 딸이라고 하여 낙태시킨 일이 있었지요.”
“그러다 보니 아들과 딸의 성비가 맞지 않아 제가 결혼할 때만 하더라도 신랑이 나이가 많았는데 요즘은 반대로 여자가 나이가 많지요.”
“글쎄,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인가?” 하며 서로 한마디씩 주고받는다.
“샛별이 어머니는 꼭 아들을 낳아야 할 이유가 있었나요?”
“꼭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우리 부부는 양쪽 집안이 모두 7남매인 집안에서 큰아들과 큰딸이 만났지요.
그러나 보니 큰 며느리가 아들이 없자 친정어머니가 만나기만 하면 아들 하나 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도 시댁의 대를 끊는 것 같아 시부모나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그려요.
그 시절에는 아들이 없으면 여자는 죄인 같았는데 더구나 큰 며느리이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그럼 샛별이 아버님도 아들을 원하던가요.”
“아니요.
샛별이 아버지는 학교에 계셨는데 아들이 무슨 필요가 있냐며 둘만 낳을 때 그만 낳자고 하는데 딸을 셋까지 낳자 이 아이들만 잘 키우자고 신신당부했지요.
그런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 술 한 잔 먹고 오면 친구들이 놀리나 자기도 모르게 아들 타령을 하는 것이 내 마음에 걸리며 살고 있는데 40이 넘어가니 아이가 생기지 않아 아이 낳는 것이 끝난 줄로 알았답니다.”
“그 시절에는 국가에서 산아 정책으로 남자들에게 정관 수술을 받으면 예비군 훈련도 면제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샛별이 아버지는 정관 수술을 받지 않았던 모양이지요.” 하고 이사장이 한마디 한다.
“그 사람은 겁이 많아서 그런지 병원 가는 것을 싫어했으며 나도 권하고 싶지 않았지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서로 궁금하다는 듯 이야기를 재촉한다.
“그러다 내 나이가 44살이 되든 해 갑자기 임신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창피한 생각이 들어 말을 못 하다가 원래 입덧이 심한 사람이라 들키기 전에 애 아빠한테 말을 했더니 그는 깜짝 놀라면서 이제는 그만 낳자고 낙태를 권하지 뭡니까.”
“낙태를요?
“그때는 정부에서 인구 억제정책으로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계몽할 때인데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미안했든 모양이에요.”
“그렇겠네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사회 시간과 도덕 시간에 인구 교육에 대해서 배우고 시험문제에도 여러 번 나온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마 나중에는 아들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고 배운 것으로 기억이 남아 있죠.”
“제 기억에도 고등학교 입학시험 문제까지 나온 것으로 기억나는데요.”
“한때는 하나만 나면 세금도 우대해준다고 한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자세히 모르겠네?”
“이야기하다 보니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같은데 그것이 고작 20~30년 전 일이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결혼도 하지 않으려 하고 결혼을 했어도 아이를 나지 않는 젊은 부부가 얼마나 많아요.”
“참 세상일이란 알 수가 없지요.
그렇게 국가에서 권장해도 듣지 않던 인구 과잉 문제가 이제는 줄어들어 난리이니.”
“지금은 정부에서 출산장려금까지 지급하는 세상으로 변해 자나요.” 하며 대화가 인구정책으로 흘러가 서로 아는 체 한마디씩 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남편 몰래 병원에 찾아가 태아의 성별을 검사했더니 글쎄 아들이라고 하는 데 얼마나 좋은지, 10년 묵은 체가 쑥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지요.”
“그래요. 얼마나 기뻤겠어요.”
“좋아서 그날 퇴근하고 들어오는 애 아빠한테 이야기했더니 그의 얼굴에도 함박만 한 웃음을 웃으며 좋아하잖아요.”
“얼마나 좋았겠어요.”
“이렇게 해서 나이를 먹은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이 창피하여 남들이 잘 알지 못하도록 배를 감추며 나은 아들이 우리 샛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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